신발도 이 기계 하나면 수십 분만에 뚝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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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차세대 제조업 혁명의 대표주자로 거론했다. “거의 모든 것의 제조 방법을 혁명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졌다고 했다. 미 전역에 3D 프린터 연구개발(R&D)센터를 15곳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3D 프린터란 미리 입력한 설계도에 따라 3차원 입체 물품을 찍어내는 기계다. 개발 초기엔 소재가 플라스틱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나일론·금속 등으로 확장됐다. 산업용 샘플을 찍어내던 데서 요즘은 시계·신발·휴대전화 케이스·자동차 부속품까지 ‘출력’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 기계만 한 가정용 3D 프린터도 보급됐다. 대당 1299달러(약 140만원)짜리 ‘큐브’로 수십 분 만에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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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 프린터로 달 기지를 짓는 대담한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유럽우주기구(ESA)와 영국의 건축설계업체 포스터&파트너스는 달 표면의 표토를 자체 활용해 돔 형태의 베이스캠프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3D 프린터를 장착한 로봇이 표토를 흡입·분쇄하고 여기에 알루미늄·실리콘·철 등 인공 재료를 더해 ‘벽돌’을 만든다. 이렇게 되면 완제품을 만들어 보낼 때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보기술(IT) 분야 리서치 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억8000만 달러(약 1조8110억원)에서 2016년엔 31억 달러로 두 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14일 미래 10대 기술을 발표하면서 3D 프린터를 두 번째로 꼽았다.

 21세기 첨단기술의 총아로 꼽히는 3D 프린터지만, 부작용도 있다. 대표적인 게 총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미국에서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라는 단체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총으로 시험 사격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논란이 됐다. 이들은 코네티컷주 총기 사건에 사용된 것과 같은 AR-15 반자동 소총의 부품을 3D 프린터로 만들었다. 미국에서 개인이 총을 만드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그간은 제조법 습득과 부품 입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설계도를 내려 받아 기계에 넣기만 하면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3D 프린터가 총기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난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티브 이스라엘 하원의원(민주당) 등은 올해 말 종료되는 ‘비탐지 무기제한법(Undetectable Firearms Act)’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법은 금속탐지기나 X선으로 발견되지 않는 플라스틱 무기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이스라엘 의원은 여기에 3D 프린터로 제조 가능한 탄창·탄약도 포함시키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3D 프린터가 뽑아내는 DIY(Do it yourself·사용자 손수 제작) 제품들의 ‘제작 저작권’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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