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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얼마전 어떤방송「프로」에 서울시내의 어떤국민학교아이들이 나와서 특기자랑을 하는것을보았다. 도련님들의 뛰어난 재간에 깊은감명을 받은 「아나운서」가 그중한 귀공자를 보고 『어린이가 다니는 학교의 톡징은 뭐지요』하고 물었다. 그귀공자는곧 『우리 X국민학교는특A학교로서…』 하고미리준비했던 대사를 눈하나 깜짝않고 외어갔다. 그 대사가 미처 끝나기 전에, 당황한 「아나운서」는 『네, 그건 다 좋은데요, 국민학교는 다 똑 같은거니까 특A니 뭐니 하는 말을하면 안되겠지요, 네?』하고 얼버무렸다.
TV·냉장고·전화등을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마로 매기겠다는 구상이 좀 더 일찌기 나왔던들 어린 애입에서 「특A급」이라는 끔찍한 말도 나오지않고, 「아나운서」도 당황할 필요가 없지않았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그 어린 애가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고, 특A급학교가 장안에 수두룩이 있다. 그리고「아르키메데스」나 「아인슈타인」의 후예들만 모였대서 특A교가 아니라, TV와 냉장고와 전화기가 상징하는 풍요한 시민들의 자제들이, 치맛바람을 타고 노니는곳이 특A교. 흔히는 두드러진 재부를 거리낌없이 과시해서 들어같 수 있고, 가정경경조사해의 내용이 화려할수록, 더욱 은근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TV·냉장고·전화에다가「피아노」·전축·세탁기를 더하고, 식모의 수효까지를 가산해서 소유에 대한 세금을 매기기로 한다면, 그리고 만일에 국민학교아동들이 써 내는 경경조서가 과세증과가 된다면, 이야기가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종래과장에 흐르기 쉽던 조예의 내용이 졸지에 회색의 궁상을 띠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속 부자탐지기가발명돼야하고, 보호자의금력이외의 딴요소가 특A교 입학요건으로 등장해서, 의무교육에 새로운 국면이 트일지도 모른다.
지정·보통·지정보통세해서 명칭이 구구하고, 일세에는 실현가능성이 없다고도 하는 이구상은매우 기발하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옹색하고, 야속하고, 쩨쩨한인상을 주지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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