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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처음 시도되는 전자음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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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자 음악이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시도된다. 현대 음악 연구회(전「네오·무지카)는 그 재기 첫 발표회로 오는 10월과 11월에 전자 음악 「세미나」및 연주를 택했다. 작곡자는 동인 강석희(32) 씨. 재래 악기에서 나오는 음향에서 완전히 탈피, 「메카니즘」을 통한 새로운 음향 세계를 구축한 전자 음악은 2차 대전 직후 1950년 서독 「아이머트」박사와 작곡가 「슈토크하우렌」씨에 의해 처음 시도, 현대 음악의 가장 새로운 「전위」로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표되는 전자 음악은 연수 시간이 약20분. 시와 기악과 전자 음악이 삼위일체가 된 그야말로 입체 음악이다.
그것은
의식 없는
짙은 본능
작렬하는 A³
그 뒤엔 고요한 흐느낌
번져가는 물살.
이로부터 호수가는
설레임의
숨가쁜 「싱커페이션」 <김시형시 「원색의 향연」중-「프롤로그」>
시제를 따라 「원색의 향연」이라 표제를 붙인 이번 전자 음악의 작곡자 강석희씨는 원시 옆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적는다. 『저조파(증)를 깔고 간다. 갑자기 강한 합성과 「공」, 금관의 작렬-다시 소강 상태로 돌아간다. 백색 잡음이「에코」를 물고 흐느끼면서 번져간다…. 』이 「메모」는 시의 「이미지」를 전자 음악 작곡 양식으로 풀이한 것이다. 따라서 「메모」는 「그래프」지에 옮겨진다. 전자 음악은 5선지를 쓰지 않는다. 전자 음악엔 재래 악보가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쉽게 말해서 「그래프」지에 음의 강도를 Y축으로 시간을 X축으로 삼고 그 공간에 여러 가지 형태의 음향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 음악악보는 기하학적인 4각형 3각형, 직선, 곡선이 마치 건축 설계도처럼 배열되어 있다. 이 악보를 가지고 작곡자는 기사와 함께 「오실레터」(발진기) 앞에 앉는다.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16내지 2만 「사이클」이란 광범위한 파장 속에서 작곡자가 원하는 임의의 음향을 「오실레터」에서 뽑아내어 정현 파장, 삼각 파장, 구형 파장 그리고 「에코」등을 주어 새로운 음색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전자 음악이다. 때로는 「테이프」에 일단 녹음된 것을 역회전시킨다든지 속도를 가변시켜 전혀 새로운 음향세계를 이루기도 한다. 이상은 순수 전자 음악의 경우다.
그러나 여기에 기악을 넣고 시를 붙이는 경우는 더욱 복잡하다. 녹음된 전자 음악 「테이프」에 맞추어 기악곡을 연주하고 「나레이터」가 시를 읊어야 한다.
이번 「원색의 향혼」발표에는 전자 음악이외에 「바이얼린」「비올라」「클라리네트」 「트럼펫」「트럼본」「피아노」「공」「톰톰」「오픈·심발」「비브라폰」등의 악기와 함께 20여명의 연주자와 여성 「나레이터」가 동원된다고 그는 말한다.
『처음엔 「발레」까지 곁들일까 했는데 경비가 엄청나서 보류해두고 있습니다. 현재도 작품은 거의 완성되었읍니다만 출연자들의「개런티」가 문젭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외국처럼 「스튜디오」나 하나 생겼으면 좋겠어요』 음향학과 물리학의 지식이 없이는 전자음악에 손을 댈 수가 없다. 서울대 음대 출신인 강씨는 마침 서울 공고 때부터 싹튼 그에 대한 「관심」이 큰 뒷받침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날 전자 음악과 함께 실내 악곡둘, 「피아노」곡 들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에 앞서 10월 초순에는 전자 음악 전반에 걸친 「세미나」를 갖는다.(장소는 서울 음대 시청각 「홀」예정)

<현대 음악 연구회 동인>
강석희(작곡) 김기정(평론) 김석(연주·피아노) 백병동(작곡) 유재룡(작곡) 황병기(국악·가야금)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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