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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값 '상투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비수기인데도 매수세가 몰리면서 호가가 크게 올랐다. 매물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아직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 한정된 것이지만 이 같은 현상이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여느 해와 달리 시장이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흐르고 있다"며 "내년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못 말리는 매수세=매수세가 가장 강하게 몰리는 곳은 강남구 일대. 오를 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는데도 모든 아파트에 "사자"세력이 몰리면서 매물이 거의 사라졌다.

개포동 주공 13평형은 2주전 2억3천만원선에서 지금은 2억6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으나 매물이 한 건도 없어 거래가 안된다. 때문에 계약금을 돌려주면서까지 해약하려는 매도자도 있다.

김모씨는 이달 초 개포주공 17평형을 3억3천만원에 팔기로 계약했으나 현재 3억7천만원을 호가하자 계약금 3천만원을 돌려주고 계약을 취소하자며 매수자를 조르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삼호아파트 34평형도 지난달보다 2천만원 올라 3억1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으나 물건은 전혀 없다.

매매 거래 양상도 예년과 다르다. 부동산 114가 서울지역 2백10개 부동산중개업소의 아파트 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부터 이달 18일까지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권 4개구에서 5백50여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1백5건)보다 5배나 늘었다.

특히 강남구는 최근 두 달 동안 3백40여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51건)보다 거의 7배 증가하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 중개업소들도 갸우뚱=중개업소들조차 당혹스러워하고 있다.재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상승세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경제논리로 풀 수 없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잠실 로얄공인중개사무소 최한규 사장은 "요즘은 아파트 값이 오를수록 사려는 사람은 늘어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심리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9.11 미국 테러사건 이후 조성됐던 시장 불안요인이 완전히 걷혔고 내년에도 여윳돈이 부동산에 몰릴 것이라는 심리도 큰 몫을 한다.

실제 국토연구원은 '2002년 부동산 경기전망'에서 내년엔 집값이 평균 5.8%, 서울은 6.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연구기관도 대부분 상승세를 점치고 있다.

여기에다 엉터리 소문이 상승세를 부채질한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공업체와 조합 측이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재건축 용적률 규제완화 등의 공약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으며 "내년에 분양가가 인상되면 집값이 또 오를 것"이라며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 이럴 때 집 사야 하나=상당수 중개업소들이 이제까지의 입장을 바꿔 매수를 말리고 있다.

내년에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요즘의 비상식적인 호가 급등 양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개포동 서울공인중개사무소 정용현 사장은 "강남권 아파트는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력에 비해 강남권 아파트가 과대평가돼 있으므로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전반적으로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실수요 차원에서 주거여건이 좋은 강북권의 경우 지금이 매입하기에 좋은 시점으로 보고 있다.

황성근.강황식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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