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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년 만에 … 생존 교황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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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오른쪽)가 1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추기경 회의 도중 보좌관인 프랑코 코말도 신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임서를 읽고 있다. 그는 직무를 수행할 기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오는 28일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티칸 AP=뉴시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달 말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종신 임기인 교황이 생전 사임한 것은 1415년 그레고리우스 12세 이후 598년 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11일 오전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는 “신 앞에서 내 양심에 거듭 확인해 본 결과 나의 기력이 교황 일을 수행할 만큼 충분치 않다는 확신에 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 자유 의사로 오는 28일 오후 8시(현지시간)를 기해 가톨릭 로마 주교직, 성 베드로의 후계자 직무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후임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인 ‘콘클라베’는 3월 24일에 개최키로 했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그사이 교황 직은 공석으로 남는다. 교황 직 사임 후 베네딕토 16세의 거취에 대해서는 교황청이 향후 밝힐 예정이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그(교황)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며 “현재 교황은 병중에 있진 않지만 지난 몇 달간 육체와 정신이 쇠약해졌다. 그의 결정은 최고의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교황의 모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교황의 결심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며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에도 사임을 언급한 바 있다. 교황과 언론인 페터 시발트 간 대화를 담은 책 『세상의 빛: 교황, 교회, 그리고 시대의 징후』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더 이상 교황 직 수행이 어렵다고 느낄 경우 사임할 권리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이는 의무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교황의 임무와 잦은 해외 출장에 부담을 느끼곤 한다”며 “때로 육체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털어놨다.

 올해 86세인 베네딕토 16세는 전임 요한 바오로 2세를 이어 2005년 4월 19일 제265대 교황에 취임했다. 당시 78세로 1730년 취임한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동안 선출된 교황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는 카리스마는 약하지만 유능한 행정가이자 학식이 깊은 신학자로 평가 받았다. 독일어를 비롯, 라틴어·히브리어 등 10개 언어 구사로 유명하다. 청년 시절 나치 조직 가담 전력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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