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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양도소득세는 왜 물리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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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혹시 지난해 여름 화제가 됐던 '큰손 아줌마' 이야기를 들어 보았나요? 한 50대 아줌마가 재건축 아파트를 17채나 샀다는 보도 말예요. 이 '큰손 아줌마'는 1999년에 이미 아파트를 아홉채나 갖고 있었는데, 2000년부터는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할 것으로 보이는 소형아파트를 17채 사들였다는군요.

'큰손 아줌마'가 나올 당시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서 값이 치솟았어요. 지은 지 오래돼 낡고 층이 낮은 아파트를 허물고 그 자리에 높다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원래 소유자가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 바람이 분 거예요. 투기가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급기야 국세청에서 아파트를 지나치게 많이 사들인 사람들을 조사했습니다.

'큰손 아줌마'의 이야기도 조사 과정에서 나온 거예요. 이 아줌마는 자신의 이름으로 14채를 구입하고 세채는 아들과 딸들 이름으로 사들였대요. 이들 아파트를 사는 데 들어간 돈이 36억원이라죠.

왜 세금을 거두는 국세청이 아파트 투기를 조사하느냐고요?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라는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집을 사들인 뒤 나중에 집값이 올랐을 때 남에게 팔면(양도하면) 당연히 이익(소득)이 생기겠지요. 이처럼 집을 '양도해서 생긴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을 양도소득세라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집 장사하는 사업자도 아니고 내 집을 내가 사서 파는데 웬 세금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양도소득세는 1975년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그 전에는 없었던 세금이지요. 이 무렵 경제개발이 한창 이뤄지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지요. 집값이 너무 올라 집없는 서민들은 내집 마련의 꿈이 갈수록 멀어졌습니다. 여기다 투기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은 세금을 한푼 안내고 재산을 불려나가는 부작용이 심각해졌습니다.

그래서 생긴 것이 양도소득세입니다. 부동산을 팔아 번 돈에 대해 세금을 매김으로써 투기 바람을 잡아보자는 의도였지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공평한 세금부담의 원칙에도 맞고요.

물론 집을 팔아도 이득이 없거나 손해 보고 팔았을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겠지요. 소득이 없는데 세금만 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대부분 한두번쯤은 이사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때마다 부모님들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건가"하며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걸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집이 한 채밖에 없는데 그것을 팔아 조금 큰 집을 장만해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지"하는 의문이 가장 큽니다. 이런 경우엔 대체로 양도소득세를 안 냅니다.

집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요건입니다. 보통 의식주(衣食住)라는 3대 요건의 하나지요.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최소한 한 가구가 집 한 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가구가 집을 한 채만 오래 갖고 있을 경우는 팔아서 이익을 남기더라도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습니다. 이를 '1가구 1주택 비과세'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두 채부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집이 두 채 이상이면 적어도 한 채 이상은 자신이 살기 위해 갖고 있는 집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살고 있는 집이 아닌 경우는 당연히 양도소득세를 내야겠지요. 집이 한 채도 없는 사람이 많은데 두 채 이상을 가진 사람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면 불공평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처음에 예를 든 '큰손 아줌마'가 대표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할 대상입니다. 특히 투기적인 의도를 가지고 여러 채의 집을 마구잡이로 사들였을 경우는 특별히 더 세금을 더 무겁게 매깁니다.

그러면 양도소득세는 아파트 같은 집을 팔 때만 적용되는 세금일까요? 정답을 말하자면 아닙니다.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대상에는 땅이나 일반 건물이 포함됩니다. 얼마 전까지 크게 인기를 끌었던 아파트 분양권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 또 골프회원권.콘도이용권 등도 팔아서 이익을 남기면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합니다.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하는 대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하나같이 재산가치가 높다는 것입니다.

땅이나 건물은 재산입니다. 이를 사고 팔 때 적지 않은 이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권이나 골프회원권.콘도이용권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재산이므로 사고 파는 과정에서 큰 차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기를 양도소득세만으로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외환위기 때처럼 부동산 값이 폭락할 때는 양도세가 부동산 거래를 막아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동산의 경우 거래했을 때 매기는 양도소득세보다는 갖고 있는 부동산에 매기는 재산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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