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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산'에 첨단도시 솟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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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월드컵의 감동을 간직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가 첨단 기술단지와 환경친화적인 주거공간을 갖춘 21세기형 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쓰레기 더미 위에 조성된 월드컵공원은 생태.환경의 보고(寶庫)로 변모했고, 상암동 택지개발지구에는 고층아파트들이 솟아오르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에는 세계 최고층 빌딩 건립이 구체화되고 있다. '쓰레기 산' 난지도가 서울 서부권역의 거점으로 떠오르며 미래 도시의 상징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한 듯="난지천에서 물장구 치고 멱을 감으며 놀 때가 정말 좋았어. "

지난 19일 상암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노인들이 30~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난초(蘭草)와 영지(靈芝)가 많다는 데서 지명이 유래한 난지도(蘭芝島)는 1978년 쓰레기 트럭들이 몰려들면서 '저주 받은 섬'으로 변했다. 이후 온갖 폐기물이 쌓여 이곳에 산을 만들었다.

그러나 월드컵은 상암동을 또 한번 변화시켰다. 상암동 구시가지에서 40년째 살고 있는 김명렬(63)씨는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는 악취와 먼지, 들끓는 파리떼로 주민들이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였다"며 "생태공원까지 만들어지고 나니 마치 딴 세상에 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월드컵공원(1백5만평)은 하늘.노을.평화.난지한강.난지천 등 5개의 테마 공원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쓰레기 산 위에 만들어진 하늘 공원(5만8천평)과 노을공원(10만3천평)은 1백80여종의 귀화 식물과 곤충들의 터전이 됐다.

해발 98m인 공원 정상에는 풍력발전기 5기가 설치돼 월드컵 공원 가로등과 관리초소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하늘공원보다 다소 낮은 노을공원에는 9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이 들어서 오는 5월 개장할 예정이다.

올림픽공원 오순환 운영과장은 "지난해 가을에는 평일 2만명, 주말과 휴일엔 10만~15만명의 시민들이 공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공원 맞은편에는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서울도시개발공사는 상암동에 총 9개 단지(6천2백50가구)를 짓고 있다. 매봉산 서쪽 자락에 지어지는 1~3단지(2천17세대)는 오는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주변에 실개천과 연못을 만들고 야생동물이 왕래할 수 있는 통로를 건설해 환경친화형 아파트단지로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부터 눈부신 변화=17만1천평의 DMC부지에는 방송, 영화.애니메이션.첨단벤처 단지와 국제비즈니스센터.호텔 등이 들어서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잡는다.

지난해 말 팬택과 불교방송 등 여섯개 업체의 입주가 확정됐으며, 최근 다국적 기업 협의체인 한국외국기업협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백10층 규모의 국제비즈니스센터(IBC)를 짓기로 하고 서울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3M도 여의도와 수원에 있는 본사 사옥과 연구소를 DMC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 회사 최혜정 홍보실장은 "이달 말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 2005년까지 회사를 이전할 계획"이라며 "상암동 DMC는 서울 도심이나 인천국제공항과 가깝고 최첨단 인프라가 갖춰져 입지조건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을 유치하는 등 월드컵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장 1,2층에는 대형 할인점을 비롯해 수영장과 헬스장을 포함한 스포츠센터, 대형 복합영화관, 예식장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 업소는 내부 공사가 끝나는 오는 5월 문을 열어 상암동 지역경제의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개발 특수 기대감으로 상암동 일대는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월드컵과 함께 들썩했던 부동산 시장이, 첨단 미래도시 건설이 가시화되고 상암지구 아파트 입주가 가까워지면서 또 한차례 꿈틀댈 조짐이다.

이곳에서 23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유현철씨는 "지난해 초 평당 3백만~4백만원 하던 땅값이 월드컵 직후 5백만~1천만원으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최상연.유철종.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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