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북핵 한목소리” 문희상 “안보는 똑같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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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7일 국회에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인수위사진취재단]

▶박근혜 당선인=“북한은 핵을 가지고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가 없다. 무모한 행동을 하기 전에 여야는 한목소리로 북한이 핵실험을 즉각 중단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강력히 촉구할 때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처음부터 끝까지 더도 덜도 없이 (박 당선인과) 생각이 똑같다. 북한은 오판하지 마라. 우리는 하나다. 안보에 관한 한 우리는 얄짤없이(‘봐 줄 수 없다’라는 의미의 속어) 똑같이 간다.”

박근혜 당선인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회동에서 초당적 입장을 부각시켰다. 대선 이후 첫 만남이었지만 핵실험 위협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한목소리로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회동 후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이 공동으로 발표한 6개 항의 합의문 중 4개가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발표문에는 ‘심각한’ ‘강력히’ ‘분명히’ 과 같은 표현들이 담겼다.

세 사람은 북핵 문제 외에 민생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여야 간 공통 대선 공약은 조속히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여야 간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정례화 여부를 비롯해 의제, 참석 대상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앞으로 실무협의를 거쳐야겠지만, 여야 간 공식 대화 창구가 생기게 됐다. 잘 운영되면 청와대와 국회, 여야 관계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의 결과에 따라 박 당선인이 대선 직전 제안한 국가지도자연석회의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박 당선인 입장에선 총리를 비롯한 새 정부의 인선이 늦어지면서 야당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박 당선인은 정부 조직개편안을 거론하며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낀 바를 반영했다는 점은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문 위원장은 “그래도 대화를 통해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흡 청문회 논란=3자회동 테이블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문제도 의제로 올랐다. 문 위원장은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 후보자에 대해 “본인 스스로 거취를 정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이 후보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박 당선인은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후보자의) 자식까지 고통받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이에 문 위원장은 “미국도 청문회가 무덤이라고 한다”며 “충분히 검증을 거쳐서 후보자를 낸 뒤 적격성을 따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당선인 “보안 지켜달라”=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당선인과 문 위원장은 과거 상임위 활동을 같이 했던 경험 등을 주고 받으며 간간이 웃음을 주고받았다. 그렇지만 공식적으로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세 분이 진솔하게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박선규 대변인)는 발표가 나왔다. 박 당선인이 “북한이 핵실험을 앞두고 있는 위중한 상황에서 북핵 외의 사담(私談)은 (바깥에)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권호·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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