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자체 분탕질, 혈세로 뒤치다꺼리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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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흥청망청 돈을 낭비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이 중환자실에 드러누워 산소호흡기에 연명한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첫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가 강원도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알펜시아 리조트 등을 조성하면서 발행한 채권 만기가 다음달 2일부터 속속 돌아온다. 올해에만 5671억원, 2015년까지 갚아야 할 돈이 1조원을 웃돈다. 지금도 재정자립도가 30%를 밑도는 강원도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급기야 강원도는 “중앙정부 지원이 없다면 청산할 수밖에 없다”며 배째라는 식으로 나설 기세다.

 알펜시아 리조트가 평창 스페셜올림픽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핵심 시설인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기초체력과 수익성을 도외시한 채 무리하게 설계변경을 하는 바람에 올라앉은 빚더미가 아닌가. 이런 애물단지를 국민 혈세로 떠안으라는 것은 그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다. 똑같은 논리라면 돈 먹는 하마인 경기도 용인시의 경전철도, 사업비 36조원을 쏟아부은 인천의 온갖 테마타운들도 중앙정부가 끌어안아줘야 한다. 선심성 사업을 남발한 지자체와 견제와 감시를 게을리한 시·도의회, 그리고 슬그머니 개발이익에 편승하려던 얌체 유권자들의 분탕질을 왜 엉뚱한 곳에 사는 납세자들이 설거지해 줘야 하는가.

 이제 지방채 시장도 한번쯤 정리할 때가 됐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중앙정부를 뒷배 삼아 낮은 금리의 지방채로 돈을 긁어모은 뒤 헤프게 써대기 일쑤였다. 일부 악성 지방채는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까지 각오해야 이런 뿌리깊은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 설사 혈세로 지원할 경우에도 ‘공적자금 투입’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검찰 수사를 통해 지자체 단체장과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묻고, 엄격히 사법처리해야 한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강력한 자구노력도 압박해야 한다. 그 지역 공무원 수를 확 줄이고 숙원사업들도 모두 후순위로 미루는 게 당연하다. 그런 선례는 이미 일본의 유바리(夕張)시와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에서 숱하게 봐왔다. 언제까지 국민 혈세가 빗나간 지자체들의 화수분 노릇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