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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 변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해마다 당하는 일이고 당할 때마다 번번이 소를 잃지만 외양간만은 태고적 그대로 허술하기 만한 장마. 한강다리 밑 수위를 지켜보면서, 콩알만해진 간을 달래고 있노라면, 원망도 갖가지, 한스러운 일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도 제일 안타까운 것은 관상대.
지난 한달 동안의 신문철을 놓고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신 것 같지 않은 무서운 물난리의 역정을 훑어본다. 중부 지방에 본격적인 장마철이 접어드는 것은 13일께부터라는 예보가 7일 나왔다. 13일, 14일은 때때로 비가 내리고 15일엔 과연 중부에 폭우가 내려서 영해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18일께부터는 큰비가 없으리라는 관상대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는데 웬걸, 진짜 여우는 19일부터 시작했다. 19일 상오 서울 지방에 쏟아진 비와 천둥과 번개와 벼락을 생각하면, 그저 끔찍하기만 하다.
그리고는 24일과 25일에 「다소」비가 내린 뒤 25일을 고비로 서서히 장마가 걷히겠다는 예보가 나왔다. 21일은 무난히 지났다. 22일엔 「금명간」에 큰비는 없다는 예보가 있어 이젠 가벼운 마음으로 고비라는 25일의 도내를 기다리면 되려나 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23일과 24일 이틀동안에 퍼부은 폭우는 올 들어 최대의 인명 손실과 수해를 가져왔으니, 그것이 큰비가 아니었다면, 「노아」의 홍수인들 대단했을 리 없다.
고비라던 25일은 고비 치고 엄청난 고비. 26일 새벽까지에 쏟아진 비로 해서 26년만의 큰비라는 집계가 나왔다. 25일 고비설은 분명히 수정되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관상대는 고비를 사흘 늦추어 28일로 점치고, 8월초에 가서 비로소 장마가 걷힐 듯하다고 내다보았다. 이번에는 주석을 붙여냈다. 즉 장마가 걷힌 뒤에도 당분간은 변덕이 심한 주기적인 날씨가 되겠다는 것이다.
8월초에 장마가 걷힐 예정이지만 오늘 27일과 28일 양일간에는 많은 비가 내리겠다는 예보가 있어 다시 불안해진다. 예보대로 비가 와서 28일 고비를 25일 고비 정도로 호되게 겪게돼도 큰일. 예보가 빗나가서 지금 같은 맑은 날씨로 고비를 넘기면 관상대의 처지가 딱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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