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성산의 선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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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승주군 쌍암면 성산리에 선천원이란 한 정열여인의 애절한 혼을 모신 집이 있다.
이조 세조때 이곳 냇가에 동질금이란 젊은 여인이 있었는데 남달리 얼굴이 예쁘고 마음조차 고왔다.
그녀는 남편 오계손이 출병하고 70노환의 시부만 모신지 수년-. 하늘같이 바라던 남편이전사하고 시부마저 세상을 떠나자 의지할 곳 없는 청상과부가 됐다.
어느날 이곳 관장이 동질금의 미모를 탐내고 권력과 위세로 그녀를 소실로 삼으려 했다.
그때 그녀는 『천한 계집이 여러해를 홀로 갖은 고역속에 지냈으므로 전신에 때가 많은지라 목욕을 하고 깨끗한 몸으로 관장을 모시겠다』고 하고 냇가로 나와 결혼때 남편에게서 받은 요강(선)을 안고 냇물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자 그 내를 「선천」이라 이름짓고 중종 12년에는 조정에서 정문까지 세워 그녀의 정숙을 길이 전하게 했다.
지금 명절이면 아낙네들이 모여 향제를 지내며 아름다운 자녀를 낳게 해 달라고 기원하기도 한다. <순천=노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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