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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특사 중국 도착설 핵실험 반대 수위 떠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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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버튼을 언제 누르느냐만 남은 것으로 관측됐던 북한 핵실험이 분수령을 맞았다. 김정은(얼굴)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가 6일 중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번 특사 방문은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이 아직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저울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어도 특사 방문 기간 중에는 핵실험 강행이 없을 수 있고, 논의 결과에 따라 중단되거나 상당 기간 미뤄질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이 특사를 파견한 건 중국 측의 핵실험 포기 압박이 전례 없이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재룡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를 수차례 초치해 경고성 메시지를 준 것도 이례적인 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핵실험 강행 시 대북 추가제재’에 공감하는 등 미·중 공조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의중을 중국 지도부에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국 입장도 김정은 입장에선 예사롭지 않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6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핵 사용 징후 포착 시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유승민 국방위원장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할 징후가 발견될 경우 전쟁을 감수하고라도 선제타격을 하겠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한국의 새 정부는 물론 미국·중국과 각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핵실험을 무작정 강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 특사 방문과 관련한 사항을 아직 한국 정부에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 저지를 위한 한·중 간 공조는 확실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중 양국은 최근 접촉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안 되고 한반도 비핵화는 앞으로도 견지돼야 한다는 데 인식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나름의 방식대로 북한에 대해 (핵실험을 하지 말도록) 계속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087호가 나온 이후 보름간 핵실험 위협을 하던 북한이 한쪽으론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움직임이 앞서 두 번의 경우와는 다르다”며 “뭔가 머뭇거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2006년 10월 첫 핵실험과 2009년 5월 실험의 경우 외무성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힌 뒤 며칠 내 강행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달 24일 국방위 성명에서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 시험도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고 한 뒤 아직은 긴장만 고조시키는 선에 그치고 있다.

 대신 김정은이 잇따라 회의를 열어 ‘중대조치·결단’을 공언하고 외무성·국방위 등의 위협발언을 배합하면서 위협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때처럼 가림막을 덮었다 철수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교란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이 제시할 채찍과 당근을 저울질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종·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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