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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아시아 쥐락펴락 안 돼 중, 德政과 仁政 전파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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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호 10면

먼훙화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중국의 대외관계는 역사적으로 이무(夷務)에서 양무(洋務)를 거쳐 외무(外務)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높다. 중화제국은 하늘→황제→백성으로 이어지는 계층질서를 주변 지역과 민족에게도 적용시켰다. 중국에서 국제전략이란 개념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다. 대국전략, 동아시아전략, 국제관계이론 분야에 걸쳐 1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먼훙화(門洪華·44)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중국에서 국제전략 분야의 개척자다. 지난 달 25일 성균중국연구소 주최의 해외 저명학자 초청강연회에서 ‘중국의 국제 지위에 대한 이론과 실제’란 주제로 강연을 마친 먼 교수를 만나 중국의 대외전략과 한·중 관계를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박근혜 당선인이 당선 축하 특사로 온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통해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5년 청사진을 만들자’는 제안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에게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사진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한·중 간 주요 의제는 세 가지다. 첫째, 안보 문제다. 양자 간 전략대화에 안보를 포함시켜 실질적인 전면적·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중이 어떻게 FTA 문제를 솔선해 돌파하느냐에 따라 동북아 협력 내지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형성의 모범이 될 수 있다. 셋째, 북한 문제다. 두 나라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북한의 안정과 개혁·개방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은 동아시아 안보공동체 구상을 제안한다. 이 구상과 6자회담의 관계는. 미국의 위상은.
“동아시아 안보의 특징은 전통적인 양자 군사동맹과 다자 안보협력 관계의 병존이다. 중국의 기본 목표는 개방적인 지역안보협력을 실현하는 데 있다. 6자회담은 중국이 구상하는 동아시아 안보협력의 중요 구성 부분이다. 중국의 안보 구상에 미국을 배제시키려는 목표는 없다. 단지 미국이 동아시아를 쥐락펴락 못하도록 만들기를 희망한다. 전통적인 동맹 안보가 아닌 아세안지역포럼(ARF)과 같은 다자 구조를 원한다.”

-2010년 류밍푸(劉明福) 국방대 교수는 저서 『중국의 꿈(中國夢)』에서 경제력은 물론 군사력, 종합국력까지 미국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을 언제 넘어설 것으로 보나.
“20~30년 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가능성은 없다. 중국의 경제총량이 단기간 안에 미국을 넘어설 수는 있다. 하지만 경제질량에는 문제가 많다. 이노베이션 능력도 부족하다. 군사역량에서 중국은 단기간에 미국을 제치기 어렵다. 미국의 우세는 하드파워뿐만 아니라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에서 나온다. 중국이 배워야 할 점이다. 중국의 실력이 커지면서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은 미국을 넘어설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을 결코 추격·경쟁·초월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중국은 1980년대 일본이 경제력으로 미국을 넘어서려 하다 겪은 실패담을 기억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 문화력(文化力·지배적 가치)을 제공할 수 있나.
“중국은 동양문화의 전범(典範)이다. 선천적으로 문화가 우세하다. 단, 지난 30여 년간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중국은 문화 번영과 개혁의 중요한 의미를 홀시했다. 국가 현대화는 경제·제도·문화 현대화의 결합을 뜻한다. 중국의 문화 현대화는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은 문화 개혁을 추진해 전 세계에 동양 가치관의 정수를 제공할 것이다. 이것이 중국이 진정으로 우뚝 섰느냐(崛起)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다. 중국은 조화·덕정(德政)·인정(仁政) 등 동양적 가치관을 세계에 전파해 전 세계가 향유하는 가치 요소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

-한국인들의 기억에는 중국의 역대 왕조와 맺은 조공(朝貢) 관계의 기억이 깊다. 중국의 국제전략 측면에서 전통적 요인의 영향은.
“조공 시스템에는 합리적인 요소도 있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를 존중하는 (맹자의)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기는(以大事小)’ 사상과 경제·문화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은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국가의 평등을 존중하지 않았던 점은 없애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조공시스템은 이미 존재할 수도 부활할 수도 없다. 상호 이해와 존중은 국가 관계의 기초조건이다.”

-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폐기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도광양회는 장기 전략 목표다. 시기를 기다려 나중에 복수하겠다는 식으로 이를 해석하면 중국은 세계의 위협이 된다. 내가 이해하는 도광양회는 겸허하고 자신을 완성시키려는 마음가짐으로 타인을 진솔하게 대한다는 의미다. 패거리를 맺지 않고 영원히 우두머리가 되지 않는다는(決不當頭) 입장이자, 한·중이 공유하는 유교철학과 일치한다.”



먼훙화 1969년 산둥(山東)성 출생.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주임, 중국개혁개방논단 이사직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개방과 국가전략체계』 『중국국제전략도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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