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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 밖 축구골대 명중' 美핵잠함, 동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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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승조 합참의장(오른쪽)이 지난달 31일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샌프란시스코호에 탑승해 에릭 시버사이크 함장(오른쪽 둘째)과 함께 내부시설을 둘러본 후 하선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샌프란시스코(6900t)함이 지난달 31일 진해에 입항했다. 샌프란시스코함의 한국 방문은 1차 북한 핵 위기와 김일성 주석의 사망 사건이 있었던 1994년 이후 19년 만이다. 정승조 합참의장과 국내 취재진이 이날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한 샌프란시스코함을 찾았다. 미국은 핵잠수함을 전략무기로 간주해 외부 노출을 꺼린다. 촬영은 물론 내부 탑재 무기의 공개, 작전반경에 대한 설명 등도 허용치 않는다. 그래서 정승조 합참의장 일행의 샌프란시스코함 방문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샌프란시스코함은 62척의 LA급 잠수함(미국 해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가운데 초기 모델이다. 길이 110.3m, 폭 10.1m다. 샌프란시스코함에는 최대 2500㎞를 날아가 축구 골대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정확도를 갖춘 토마호크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한반도 근해 어디에서라도 북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전쟁 초기 원거리에서 상대의 핵심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은 미국의 창(槍)으로 불린다.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 세르비아, 이라크전 등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만 1900여 발이다.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큰 214급(1800t) 잠수함이 복층구조로 돼 있는 반면 샌프란시스코함은 3층 구조로 돼 있었다. 맨 위층엔 지휘통제실과 함장실 등 작전과 관련한 시설들이, 그 아래층엔 승조원들의 침실과 식당, 맨 밑에는 어뢰발사관과 디젤기관실이 위치하고 있었다. 잠수함 출입구는 문 앞에 직육면체의 틀을 설치하고 틀 위에 검은 천을 쳐놓아 밖에선 보이지 않도록 해놓았다.

 취재진이 해치를 열고 사다리를 통해 3층에 올라가 배꼬리 방향으로 10m 정도 이동하자 지휘통제실이 나타났다. 잠망경과 통신 및 화력통제장치, 소나(바닷속 물체를 탐지하는 장치)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잠수함을 조종하는 한편 어뢰와 토마호크 미사일 등의 발사를 통제하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맨 아래층 어뢰실에 들어갔더니 4문의 발사관 및 녹색으로 된 어뢰가 눈에 들어왔다. 발사관에서 MK117어뢰는 물론 토마호크 미사일, 기뢰 발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2층의 식당에선 승조원들이 아이스크림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있었다. 식당 한쪽 벽에는 주스와 얼음제조기, 커피머신이 갖춰져 있었다. 정 의장은 휴식 중인 미국 장병들에게 “훈련 전까지 충분한 휴식을 갖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번에 24명의 식사가 가능한 식당에선 6시간마다 하루 네 끼의 식사가 제공된다고 한다. 140여 명의 승조원들은 99개의 침대를 나눠서 사용하고 있었다. 에릭 시버사이크 함장은 “잠수함은 24시간 근무하는 시스템이어서 승조원의 3분의 1은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2개의 침대를 3명이 교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교대로 계속 사용하는 침대는 항상 데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은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 식수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소를 함내에 공급해 언제나 신선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핵잠수함은 한번 잠항하면 승조원들의 먹거리가 떨어질 때까지 수중에서 작전이 가능해 은밀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장교 식당에서 쿠키와 커피를 곁들이면서 정 의장은 “최근 북한이 도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함이 진해기지에 입항한 사실만으로도 북한에는 큰 메시지를 건네는 것” 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4일부터 동해에서 열리는 한·미 해군의 대잠수함 훈련에는 샌프란시스코함 외에도 미국의 이지스 순양함(AEGIS·동시에 최고 200개의 목표를 탐지·추적해 24개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함정)인 샤일로(Shilo·9800t)함이 참여한다. 샤일로함은 부산의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 한국은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7600t)을 비롯한 함정 수척과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큰 214급 잠수함(신형 디젤 잠수함)이 출동한다.

진해=정용수 기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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