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MS '닷넷 제국' 야망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여섯번째날'의 한 장면.

관광회사의 헬리콥터 조종사인 주인공이 아침에 냉장고 문을 열자 냉장고에 부착된 모니터에 메시지가 뜬다."우유가 떨어졌는데 주문할까요?" '주문' 버튼을 누르자 그 내역이 인근 슈퍼마켓과 주거래은행에 온라인으로 통보된다. 조금 뒤 우유가 배달되는 것과 동시에 주인공의 은행계좌에서 슈퍼마켓의 계좌로 돈이 빠져나간다.

영화에서나 봤던 이런 일들이 조만간 실생활에서 벌어질지도 모른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는 세계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닷넷(.net) 전략'을 집중 보급해 우리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덱스쇼에서 "향후 10년간 MS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닷넷의 보급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윈도'로 세계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을 독점한 데 이어 닷넷으로 네트워크까지 제패하겠다는 것이다.

MS는 이를 위해 미국 및 한국의 일부 기업들과 제휴, 닷넷 시스템 구축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초고속통신망이 잘 갖춰진 데다 인터넷 이용자가 많아 일본 등 선진국을 제치고 적임지로 꼽고 있다.

그러나 닷넷 시스템이 대부분의 기업에 구축되면 MS에 대한 기술 종속이 심화하고 가입자 정보 유출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점에서 반(反) MS 진영의 반발도 만만찮다.

◇ 닷넷이 구축되면=닷넷 시스템의 핵심은 윈도(MS) .솔라리스(선마이크로시스템) .AIX(IBM) .리눅스 등 서로 다른 운영체제 때문에 호환이 안되는 데이터를 표준데이터표현언어(XML) 라는 기술을 적용해 자유롭게 주고받도록 하자는 것.

이렇게 되면 생활 곳곳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온다는 게 MS측의 주장이다. 온라인으로 영화표를 사면 바로 온라인 대금결제가 되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면서 그날의 모든 일정을 클릭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MS의 닷넷 보급=국내 주요 기업과의 제휴 및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삼성SDS.LG-EDS.한빛은행 등 10여곳과 제휴했다. 동양시스템과는 일반인.기업관계자가 닷넷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도록 40억원을 공동 투자해 닷넷센터를 설립했다.

삼성전자와는 닷넷에 적합한 디지털 정보기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고, 한국HP와는 닷넷 컨설팅사업을 함께 벌이기로 했다.

한국MS는 또 10만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키로 하고, 이미 1만9천여명의 엔지니어를 교육시켰다.

미국에서는 힐튼호텔.알라모(렌터카) .익스피디아(온라인 여행정보)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통신서비스) 등의 업체가 닷넷을 도입했으며, 내년 3월부터 70여개 업체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 반(反) MS 진영의 반발=미국의 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과 한국의 다음.네띠앙 등은 닷넷이 구축되면 효율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개인과 기업 정보가 MS측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MS에 대한 기술 종속도 우려하고 있다.

네띠앙의 전하진 사장은 "닷넷을 사용하면 이용자들이 MS의 감시와 통제 속에 들어갈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30여개의 반MS 기업이 모여 새로운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하자며 시작한 '리버티 프로젝트'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선측은 "이미 2천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MS측은 "닷넷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개인 데이터를 어떤 조건에서 누구와 공유할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으며, 기업들이 임의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윤.김창규 기자

** 닷넷(.net) 이란?

빌 게이츠 회장이 지난해 6월 공개한 MS의 21세기 프로젝트.삼성전자의 이동전화기 상표가 '애니콜'인 것처럼,닷넷은 MS의 인터넷통합 네트워크시스템의 브랜드다.

지금은 컴퓨터 운영체제별로 시스템이 달라 데이터 교환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표준화해 대형컴퓨터.PC.PDA.휴대폰이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끼리도 주고 받도록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자는 시도다.

닷넷의 탄생은 닷컴 위기에 뿌리를 둔다. MS는 닷컴이 추락한 것은 닷컴서비스나 닷컴기업간의 데이터 호환이 안돼 소비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