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인 줄…클린턴 뿔테 알고보니 특수렌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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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에 대한 상·하원 청문회가 열린 지난 23일. 힐러리 클린턴(사진) 미 국무장관은 사태 축소 의혹을 제기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맞서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감정을 표출하며 논쟁을 벌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날 선 공방에 극적인 효과를 더한 소품이 있었다. 바로 클린턴이 쓰고 나온 까만 뿔테안경이다. 공부벌레들이 쓸 것 같은 두꺼운 뿔테안경은 일명 ‘nerd glasses’라고 불리며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아이템 가운데 하나. AFP통신은 “안경은 공화당 의원을 공격할 때는 클린턴의 눈매를 더욱 매섭게, 민주당 의원들에게 칭찬받을 때는 클린턴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냈다”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필립 레인스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클린턴이 건강상 이유로 안경을 착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클린턴 장관이 지난해 12월 뇌진탕 이후 발생한 건강 문제로 인해 당분간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쓸 것”이라며 “안경을 쓰면 보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클린턴은 당시 바이러스성 위 질환으로 실신해 뇌진탕 증세를 보였고, 이후 검사 과정에서 혈전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았다.

 클린턴이 청문회 때 착용한 안경을 자세히 보면 표면에 여러 개의 수직선이 있는 특수 렌즈임을 알 수 있다. 레인스는 클린턴이 착용한 안경의 렌즈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뉴욕데일리뉴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 렌즈가 복시현상 교정을 위해 쓰이는 프레넬 프리즘(fresnel prism) 렌즈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복시현상은 하나의 물체가 둘로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또 이 렌즈는 안구와 연결된 근육이 약해졌을 때 쓰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욕매거진은 간단한 설명과 함께 클린턴이 다양한 표정으로 벵가지 청문회 도중 안경을 고쳐 쓰는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레인스 국무부 대변인은 “클린턴 장관이 특수안경을 쓴 채 이 사진들을 보면서 매우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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