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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이야기] 성매매 금지, 뜻은 알겠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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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6개월. 지난해 9월 이 법이 발효되자 여성계 등은 성매매가 근절되거나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도 최근 성매매 종사 여성이 절반가량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과연 그럴까. 경제논리상 이 법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 우선 사람의 성매매 욕구는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크게 줄어들진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비용뿐이다. 성매매 비용은 법 시행 후 더 커진다. 구속 등 처벌 위험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성을 '안전하게' 매매하는 방법을 찾는 데 드는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성욕이 줄어서가 아니라, 예전과 같은 비용으로는 성매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성매매의 양'은 분명히 줄어든다.

대신 다른 문제가 불거진다. 아무리 법으로 규제해도 성매매가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겐 다른 형태의 성매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경제학 용어로는 대체재다. 성매매를 위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있다. 남성 휴게실 등의 간판을 내걸고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업소와 룸살롱의 변형인 '섹스방' 등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1920년대의 미국이 이미 겪었던 바다. 당시 금주법이 시행되자 여유 있는 사람들은 인근 캐나다로 놀러가 술을 마셨다. 마피아는 몰래 술을 만들어 떼돈을 벌었고, 주류 밀수도 성행했다. 비싼 술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독성이 강한 저질 술을 마셨다.

성매매특별법은 가난한 사람을 더욱 서럽게 만든다. '안전한 성매매'를 위해 충분한 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데다 같은 돈을 내더라도 이전보다 품질이 낮은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에이즈나 성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특별법 시행 이전엔 성매매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므로 성병은 자율적으로 관리된다. 어느 집에서 성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면 그 집을 찾는 고객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매매가 원천 봉쇄되면 관리는 불가능해지고 성병은 만연해지기 쉽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상당할 것이다. 금주법 시행 당시의 미국이 그러했다. 9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노스 교수는 금주령 동안 알코올의 독성 성분으로 사망한 비율이 지금보다 30배나 높았다고 지적한다. 가난한 미국인들이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곤 독성이 강한, 저질의 화학주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 유일하게 성매매가 합법적인 네바다주는 에이즈나 성병이 거의 없지만 매매춘이 불법인 뉴욕시의 '거리의 여성'들은 40% 가까이가 에이즈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 경제학자들의 검증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은 가려서 사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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