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이」의 맹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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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보이」는 「사이공」북방 3백「마일」, 「암푸」강변의 조그만한 도시-라는 것은 옛말이고, 이제는 성당 하나하고 시 청사만이 남아 있는 폐허. 그나마 다 허물어진 시 청사는 「베트콩」의 침투에 대비하는 맹호의 관측소 구실을 하고 있다. 「고·보이」에는 월남인은 하나도 없고, 패기만만한 한국군병사들만이 거리를 서성거리고 있다. 「고·보이」의 정숙을 깨는 것이 있다면 매일 반시간씩 맹호들이 광장에 나와서 맹렬한 태권도 훈련을 벌이는 것뿐이다. 20여명의 장사들이 맨손으로 벽돌을 쳐서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 강건너로 소개해 간 주민들은 한국군을 무척 두려워한다. 그러나 미워하진 않는다. 한국군의 전술책임지역(TAOR)속에 사는 월남인은 실상 월남서도 행복한 생을 즐기고 있다. 일견 사납고 무지비한 맹호들의 평정지역은 「베트콩」이 얼씬도 못하는 성역이기 때문이다. 총소리 하나 듣지 않고, 복병을 만나지도 않고 어두운 밤길을 60「마일」을 갈 수 있는 것은 「고·보이」를 포함하는 한국군 TAOR밖에 없다.
한국군이 진주하면 드러난 「베트콩」과 용의자들을 말끔히 쓸어 치우고, 물샐틈없는 복병망을 펴고는 대민사업을 시작한다.
「고·보이」에서는 2천명의 원주민들과 힘을 모아서 2백평방「마일」의 전답에 물을 공급해 줄 「고·보이·댐」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맹호들이 벌이는 평정책중에서, 딴 어느 군대도 흉내낼 수 없는 비책이 있다.
그것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일 30분씩 태권도와 사격훈련을 하는 것이다.
원주민의 지지를 얻는데는, 이것이 『2천대의 「헬리콥터」와 2백만명의 고문관들』보다도 더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선데이·타임즈」에 「고·보이」통신을 실은 영국기자의 결론은 우리 신문에도 보도되었다. 월남전을 한국군이 말았거나, 미군이 맹호의 방식을 배웠더면 싸움은 벌써 끝났을 것이라는 것. 그 통신의 말미에 어느 한국군 장교의 말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같은 「아시아」인이고, 공산주의가 어떤 건지 잘 알기에, 능률적으로 싸워 이길 수 있다. 행복이니 정의니 하는 것을 걱정하고 「네이팜」탄만 퍼부어선 성공할 가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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