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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나이 많아 못한다”는 말 이젠 사어 되지않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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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는 것은 눈을 감고 달리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최근 각각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 미래를 예측한 책이 나란히 나왔다.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와 『어모털리티』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 결국 오늘에 대한 충실한 삶을 힘주어 말한다.

어모털리티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퍼플카우, 400쪽, 2만원

책 제목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영어사전에 없다.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새로운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니까. 미국 시사잡지 ‘타임’지의 유럽총괄 편집장인 지은이는 요즘 나이 개념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사실 이젠 아이를 갖거나, 가정을 이루거나, 심지어 은퇴에 적합한 나이를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피부나 몸매로 노인을 구분하는 것도 어렵다. 레이저 박피수술에서 화장술·피트니스에 이르는 온갖 과학기술 때문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노화관리 의료기관인 세네제닉스의 제프리 라이프 박사는 “수명연장은 약속할 수 없지만 ‘전성기’는 연장해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 마법의 주문이라는 호르몬 최적화로 이뤄진 생활요법을 통해 육체적으로 젊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엔 파우스트 박사처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야 얻을 수 있던 젊음을 이젠 의학기술을 통해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병원은 문전성시다.

 나이와 무관하게 10대 후반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똑같은 활동과 소비를 계속하며 살아가는 ‘만년 청춘’도 드물지 않다. 69세의 록가수 믹 재거, 63세의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평생 그대로 그렇게 살아왔다. 65세의 팝가수 엘튼 존, 77세의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나이와 무관하게 활기찬 ‘사랑’으로 유명하다.

 과거엔 인생을 정리할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음반에서 시작해 항공산업까지 손을 뻗친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은 2010년 60세 생일을 앞두고 전 세계 23곳에서 교육훈련을 진행하는 엄청난 스케줄 속에서 런던 마라톤을 완주했다.

 나이에 대한 문화적 개념도 바뀌고 있다. 아동기와 사춘기가 섞이고 사춘기가 성인 속으로 스며들고 노년과 중장년이 융합하고 있다. 삶의 방식, 결혼과 가족의 개념, 문화와 레저시설 등의 발달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한다. 전통사회의 나이에 따른 권위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장수만세’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건강하고 활기차고 멋진 노화가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노인인구 증가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나이가 삶의 변수에서 배제되는 현상은 이미 전 세계 상당 지역에서 도도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지은이는 “생명은 유한하기 때문에 나이와 무관하게 활기차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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