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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권자금에 의한 대일 구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재정 차관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지만 청구권자금에 의한 모든 물자 및 용역의 구매는 조달청의 공개입찰을 표하여 공급자를 결정하되, 경낙자가 결정되면 조달청장은 그 계약체결을 주일사절단에 통고, 주일경협사절단장이 일본공급자와 체체적인 재 절차를 밟게되어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와 갈은 절차의 엄수릍 불필요 부적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제구권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개정키로 결정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난 3일 국무회의가 의결했다고 하는 이상의 시행령 개정내용에 의하면 청구권자금에 의한 구매가 번급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일본에 주재하고 있는 청구권 및 경제협력 사절단장으로 하여금 직접 구매 할 수 있도록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청구권자금에 의한 대일구매행위에 있어 종내 조달청장의 전속적 권한으로 되어있던 중요한 부분이 슬그머니 주일사절단장으로 넘어가게 된 셈이다.
그러므로 주일사절단장은 긴급을 요한다고 인정할 때에는 구매계약체결을 위한 공고 및사찰과 동법 제8조1항에 규정되어있는 조달청장의 사절단장에 대한 계약체결 통고 등의 절차를 일절 생략하고 독자적으로 일본공급자와 직접 구매행위를 할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본질적으로 주일사절단장은 청구권자금에 의한 대일 구매에 관한한 조달청장의 존재를 거의 불필요하게 함은 물론 어느 면에서는 막강한 권한을 향유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이와 같이 주일사절단장의 권한을 방대하게 확장시키는 이유는 확실치 않으나 우리는 이러한 조치에 도저히 반의를 표할 수가 없다. 청구권자금 차년도 실시계획에 의한 물자도입을 촉진시키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 알려진 이유이기는 하나, 그것이 반드시 시행령의 개정을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또 설사 개정을 한다 하더라도 그토록 방대한 권한을 주일사절단장에게 거의 무조건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는 것 인지 의문이 아니갈 수 없는 것이다.
무릇 청구권자금에 의한 대일구매에 있어서는 전국민의 신경이 유례없이 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 청구권자금이라고 하는 것은 그 본질이 다른 자금과도 다른바가 있다. 그 물자의 종류며 그 구매의 방법에 일점의 의혹도 개재되어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국민의 혈채에 대한 다소의 보상역할이라도 하지 않으면 아니된다.
물론 주일사절단장에 지나치게 커다란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서 즉시 거기에 부정이 야기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권한의 집중은 언제나 부패의 원인을 내포할 수 있다는 것은 고금을 통한 진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행히 당무자들이 깊은 자각으로 끝까지 준법성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은 자고나면 그들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정부는 시행령읕 개정하여 주일사절단장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없는것이 아닐까.
시행령의 교정이 논의도 되기전에 벌써 기관거도인에 관하여 부정이 있는 듯이 일부 야당인사가 주장하여 국민을 긴장시킨 일도 있었다. 또 청구권자금이 국내정치자금화할 가능성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한 인사도 있었다. 차제에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구태여 청구권자금에 관련하여 일반국민에게 명랑하지 못한 심리를 조성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재고 있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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