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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故 정주영회장 통역수행 박정웅씨, 비화 곧 발간

중앙일보

입력

"자동차 독자개발을 포기하면 모든 힘을 다해 현대를 지원하겠다. 그러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현대는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제안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다. 건설에서 번 돈을 모두 쏟아 붓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어 포니를 출시(1976년)한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얼굴)이 77년 리처드 스나이더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주고받은 말이다.

이처럼 鄭명예회장이 외국 주요 인사와 만나거나 해외출장 중에 있었던 일 가운데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집필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업무담당 상무 출신인 박정웅(58)시너렉스 대표. 박 대표는 "통역 메모 등을 토대로 鄭명예회장의 일화를 소개하는 책을 연말께 발간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朴대표는 鄭명예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으로 있던 74년부터 회장직을 그만둔 87년까지 전경련 국제업무를 담당하며 鄭명예회장을 수행했다.

준비 중인 책에 따르면 스나이더 전 대사는 鄭명예회장에게 "조립 생산이 가능하도록 미국 정부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중동 건설에서도 현대를 도와주겠다"며 자동차 독자개발 포기를 종용했다.

또 86년 방한한 게리 하트 전 미국 상원의원은 "전두환 대통령이 내가 소련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만나면 '88올림픽에 소련이 참가해 줄 것과 북한이 방해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했다"고 鄭명예회장에게 말했다.

이와 함께 鄭명예회장이 82년 비밀리에 추진했던 중국(당시 중공) 방문이 무산됐던 일,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 교수가 77년 한국 노사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일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등과의 대화와 에피소드 등이 담길 예정이다.

朴대표는 책 제목을 '이봐, 해봤어?-역경을 사랑한 정주영'으로 할 계획이다.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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