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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이동흡, 업무경비로 콩나물 사냐"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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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동흡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둘러싸고 새누리당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재판과 관련된 경비에 쓰라고 준 특정업무경비(6년간 3억2000만원)를 자신의 개인 계좌에 넣어 ‘봉급’처럼 사용해 온 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황우여 대표는 23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 데 쓰는 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복합적인 면에서 검토해야 한다.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고 민주당과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했다.

황우여 대표

 그러나 지도부에는 아직 이 후보자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최악의 인사청문회”라며 야당을 비난했고,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몇 가지 비난 소지가 있지만 결정적인 하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청문회와 특정업무경비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법관을 꼭 우리가 헌재소장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부적격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이 이런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이 청문특위(13명)의 절반을 넘는 7명이 된다. 인사동의안을 본회의에 회부는 할 수 있지만 강행처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설령 강행처리를 택해도 본회의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검사 출신 재선인 박민식 의원은 “결격사유가 없기 때문에 적격이라는 것은 헌재소장이라는 막중한 무게감에 비춰볼 때 자연스럽지 않다”며 “(이 후보자가) 이번 청문회에서 통합의 리더십과 위신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이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거론하는 등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황영철 의원은 “본회의 표결로 갈 경우 새누리당에서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새누리당 의석은 154석으로 아슬아슬한 과반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청문보고서 채택도 쉽지 않고, 본회의 표결로 간다 해도 표 단속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핵심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무책임한 공격에 대해선 제도 개선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지 후보자를 비난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정업무경비를 개인의 쌈짓돈처럼 쓴 게 이 후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행으로 이어져 온 걸 지적한 말이다.

 이 후보자 문제가 야당과의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총리 등 새 정부 각료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된 상태에서 새누리당이 야당과의 협상에서 이 후보자 인선 문제를 지렛대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후속대책 본 후 재의결 처리=택시법 재의결 문제는 일단 정부 대책을 검토한 후 논의하겠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1월 임시국회 개회를 놓고 민주당과 줄다리기 중인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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