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없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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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옛날의 부모들은 밖에 나가는 애들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었다. 『얘야, 차 조심하라, 다칠라.』그런데 요즈음엔 그렇지가않다. 그들은 애들의 머리를 쳐다보면서 근심스럽게 말한다. 『얘야, 머리카락 조심하라, 깎일라!』「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뵌다」는 그 숨바꼭질 연습을 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애를 죽이고 머리카락을 잘라간 조양이 지금 서울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탓이다. 남산에서 애를 죽이고 창경원에서도 또 애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덤벼들었던 조양은 일종의 상습범이다. 상습범은 되풀이하기 때문에 가두어 두어야한다. 그런데도 법이 없단다. 나이가 만10년11개월밖에 되지 않아 형법이나 소년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누구는 「법」이란 한자를 풀이하여 물이 사라졌다는 것. 즉 「비스킷」처럼 바삭바삭하게 건조한 것이라 했지만, 실은 씹으려고 해도 잘 씹히지 않는 것이 법인 것만 같다. 한 옆에서는 다룰 법이 없어서 사람을 죽인 소녀가 대낮의 거리를 마음대로 방황하고 있다고 한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또 한 옆에서는 무고한 사람을 반공법으로 잡으려 한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공법의 내용이 명확치 않을 뿐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당국이 법의 적용에 여와야를 구별하고 있으니』법개정을 추진해야겠다고 야당은 주장한다. 최근 정치인의 발언이 자주반공법에 저촉되어 말썽이 일어난 까닭이리라.
법이 없어도 한탄, 법이 많아도 한탄. 인간은 과연 「법을 가진 동물」이라 고민도 많다.
다만 한가지 강조해두고 싶은 것은 악자를 징벌하는 것 보다 무죄한자를 보호한다는데 법의 참된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공산주의자에게는 두려운 법이 되고 자유주의자에게는 든든한 법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반공법의 참모습. 만의 일이라도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까지도 그 법을 불안하게 생각한다면 도리어 반공전선에 손실을 가져온다.
『얘야, 반공법 조심하라.』이런 근심의 말이 생기지 않도록 법을 잘 다루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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