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 개편, 관료·이익단체 포위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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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에 착수하면서 정부 부처들이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개편안을 만들어 인수위원·전문위원에게 보내거나, 직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또 이익단체나 학자들을 동원해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각 부처가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내용과 행태는 우려되는 수준이다.

 경제부총리와 복지부총리 등 부총리급 신설은 논외로 치더라도 미래창조과학부·정보통신커뮤니케이션기술(ICT)부·해양수산부의 신설, 중소기업청과 국가보훈처의 장관급 격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총리실에 문화·학문·중기·치안 등의 상설위원회를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인수위에 전달된다. 법무부의 이민국적청 설치 등 산하조직을 늘리려는 로비도 치열하다. 기존 조직을 구조조정하지 않은 채 몸집 불리기만 하려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처 효율성을 강화해 복지재원의 일부를 충당하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과도 맞지 않다. 조직을 확대하더라도 고위직보다는, 소방·사회복지·치안 등 일선 서비스직을 보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미래혁신 관련 조직의 개편을 놓고 벌이는 로비전 역시 도를 넘어섰다. 최대 격전지는 미래·창조·과학이라는, 포장하기 좋은 키워드가 세 개나 들어간 미래창조과학부다. 교과부·문화부·지경부·방송통신위 등이 관련성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과학·교육·문화·인문계 인사들이 세력 결집을 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보통신·미디어 조직의 조정을 놓고도 말이 많다. 과거 정통부 관료들은 정보통신·방송·콘텐트를 포괄하는 부처 신설을, 일부 언론계는 방송위원회의 분리 운영을, 문화계는 자체 콘텐트 강화 등을 각각 주장한다. 이를 수용하다 보면 단명의 누더기 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정권인수 과정을 보면 로비에 휘둘려 당초 취지가 사라진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현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도 그 예다. 선거과정에서 축소 대상이던 교육부는 오히려 과학기술을 흡수, 공룡 부처가 됐다. 과학기술계를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받으며 5년 만에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조직 개편에 있어 인수위는 확고한 중심을 잡아야 한다. 미래지향과 효율, 국민편의를 핵심 가치에 놓고 부서·단체 이기주의를 배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