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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일가 4명 「카빈」 자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주】탈영병이 생활고에 허덕이는 집안 참상을 보다 못해 일가족 4명을 「카빈」으로 쏘아 홀어머니와 두 동생 등 3명을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하오 5시 35분쯤 202병기단 소속 문영상(22) 1병은 전주시 다가동 4가 100 그의 집에서 당장 저녁 끼니 끓일 마련이 없어 굶고 있는 것을 보고 극도로 비관, 가족들을 모두 방안에 불러들인 후 앞못보는 그의 어머니 정순녀(43) 여인의 앞가슴에 「카빈」(개머리판 없음) 1발을 쏘아 죽인 다음 누이동생 옥희(13)양은 상복부를, 동생 영운(9)군은 왼턱에서 머리를 관통시켰는데 두 동생은 전주 도립병원에 입원가료 중 이 날 하오 9시쯤 모두 숨졌다.
문은 계속 막내 누이동생 옥경(6)양의 오른쪽 가슴에 1발을 쏘아 중태에 빠뜨리고 자신의 앞가슴에도 2발을 쏘아 현장에서 죽었다. 일요일 오후를 피로 물들인 다가동 언덕바지 사건 현장엔 이 참사를 울어 줄 사람 하나 없었으며 군 수사기관과 경찰이 몰려든 수백 명의 구경꾼 정리에 바빴다. 피가 흥건히 괸 차디찬 안방에는 시체가 여기저기 아무렇게 나동그라져 있었으며 이부자리며 바느질고리 등 살림살이가 마구 흩어져 있어 죽기 전 어린이들이 몸부림 친 흔적을 보여주었다.
「버스」 조수(전북여객)로 있다가 65년 10월에 입대했다는 문은 약 2주일 전에 휴가를 얻어 집에 돌아온 일이 있었다 하는데 가족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귀대했었다는 것.
그러다가 이 날 사복차림에 기다란 보따리(카빈이 든)를 짊어지고 갑자기 집에 돌아와선 이같이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는 데 이웃사람들은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사건이 난 지 불과 반시간 후인 이 날 하오 6시쯤 그의 소속부대에서 전주경찰서에 문 1병이 이 날 새벽 2시쯤 「카빈」 1정과 실탄 15발을 갖고 탈영했음을 알리고 그의 체포를 의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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