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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평온|속결기록 세운 경협회장단 개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발족한지 다섯 돌을 맞는 29일의 경제인협회정기총회는 전례 없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일사천리로 의사를 진행, 불과 3시간만에 회의를 끝내버려 속결의 기록을 세웠다.
어떤 의미에선「맥이 빠져버린 것」같기도 한 이번 총회의「평온」은 첫째로 지금까지 말썽의 씨가 되어온 회장단 감투에 실력 있는 회원들이 흥미를 잃었고 둘째로 그나마 회장들이 밀어온 회장단 후보가 사전에 타협 선을 찾았으며 세 째로 3, 4회 총회에서 거세공작이 집요했던 주학문 부회장이 사표를 내던져 기선을 제해 버린 데 원인이 있다.
누가 되느냐보다 오히려 누구에게 씌우느냐가 초점을 이룬 회장단선임은 그러나 본인들의 희망과는 관계없이 우선 회장후보로 홍재선(금성방직) 최태섭(한국유리) 양씨가 경합했다.
그래도 비교적 치열했던 이 경합상은 총회직전에 해소되었지만 투표를 했었다면 최씨가 이겼으리라는 관측도 있으니 만큼 전임 김용완 회장의 구두추천으로 홍씨가 선임(만장 일치)된 것은 그 나름의 뜻을 지닌 듯-.
재계에서는 1년 후로 다가선 선거를 앞두고「금성」의 실력자에게「톱·클라스」재계 인사들의 모임인「경협」의「헤게모니」를 넘겨준 것은 선거자금 염출을 비롯한 난제들을 마찰 없이 헤쳐나가려는 회원들의 타산적인「포석」으로 보고 있다.
부회장후보로는 최태섭 조홍제 신덕균 김형남 김용주 5씨가 나왔으나 9명의 전형위원에 의해 최, 조, 신씨로 낙착되었다는 얘기.
극히「중도적」이라고 논평된 새 회장단은 전환단계의 재계에서 차선의 방안으로 구성되었으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집권당의 영향력에 휘말려 일급경제단체로서의 독자적 성격이 흐려질 염려도 있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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