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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나눔 경영 5원칙 ‘START’를 제안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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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강태
BC카드 사장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많은 이가 희망을 얘기한다. 이 희망은 지난해 우리 사회의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로 대변되지 않을까 싶다. 경제민주화는 용어의 정의부터 의견이 분분하고 ‘재벌 해체’나 ‘대기업 때리기’라는 지나친 왜곡까지 생겼다. 하지만 헌법 제119조 2항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 등 네 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단순한 정치 구호나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 체제를 보완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는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가 제시한 자본주의 4.0 개념과 맞물린다.

 자본주의 4.0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사회발전에 가장 우수한 제도임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양극화 문제가 시스템 위기를 불러온 만큼 정부와 시장 주체 간의 상생·협력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루는 소위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뜻한 자본주의는 기업의 이익추구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따뜻한 경영을 통해 사회와 진정성 있는 신뢰를 형성하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 고객의 믿음 속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활동(CSR)을 적극 수행하는 것이 기업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정보분석 기업인 닐슨에 따르면 전 세계 46%의 소비자가 CSR을 하는 기업의 제품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뜻한다. CSR에 있어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익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투자’ 기능이 ‘진정성’과 상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략 없는 시혜적 자선활동이 일차원적인 혜택을 주는 데 비해, 전략적 CSR은 가장 효과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의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환원 개념으로 CSR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활동 자체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도 추구하는 것이다.

 BC카드를 예로 들면 공익형 상품 개발과 지불결제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기업과 사회의 공유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먼저 공익형 상품으로는 유엔 지속가능 발전 정상회의(Rio+20)에서 녹색성장 실천 아이템 성공사례로 소개된 ‘그린카드’를 들 수 있다. 출시 1년 반 만에 450만 장이 발급된 그린카드는 정부, 지자체, 유통사, 발급 금융기관 등 여러 참여 주체의 전략적 협력으로 시행 1년간 온실가스 46만t을 감축하고 3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글로벌카드’는 비자나 마스터 같은 국제 브랜드 없이도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국내외 겸용 카드로, 해외에서 이용할 때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1%의 국제카드 네트워크 수수료를 없애고 분담금 명목의 불필요한 국제카드 수수료를 줄여 국부 유출을 막고 있다.

 서민경제와 직결되어 있는 전통시장의 결제 인프라를 개선해 전통시장의 매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 친환경 프로세스 혁신으로 영수증 미출력 제도(Paperless)를 시행하고 있다. 불필요한 영수증 출력을 줄이고 꼭 필요한 고객에게만 영수증을 제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제도다.

 이렇듯 기업 경영전략의 한 축으로 ‘나눔을 통한 가치창출’을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START’ 원칙을 제안한다. 기업의 철학으로 내재화돼 장기적으로 지속 시행할 수 있어야 하고(Sustainability),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행돼야 하며(Transparency), 직접 참여할 수 있는(Action), 회사와 관련 있는 활동으로(Relevance), 우리 사회에 신뢰를 구축한다(Trust)는 내용이다.

 2013년 한국 경제는 양극화와 불균형의 해소라는 위기 앞에 서 있다. 이를 극복하고 다 같이 잘사는 균형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많은 기업의 따뜻하고도 스마트한 사회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강태 BC카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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