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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사람들] KLPGA 경기위원 김광배 씨

중앙일보

입력

<문> 바람이 불어 퍼팅 그린 위에 놓인 공이 어드레스도 하기 전에 데굴데굴 굴렀다. 마크해 놓은 원래 위치에 공을 갖다 놓아야 하나 아니면 굴러간 위치에서 플레이를 해야 하나.

<답> 골프 규칙 20조 7항에 따르면 굴러간 위치에서 경기를 계속하는 것이 맞다. 만약 파 퍼팅을 앞두고 바람에 의해 공이 컵에 들어갔다면 버디가 된다. 마크해 놓은 위치에 공을 옮겨 놓으면 2벌타다.

단 어드레스한 이후에 공이 움직였다면 1벌타를 먹고 원래 위치에서 쳐야 한다. 어드레스한 뒤에는 굴러간 위치에서 공을 건드리면 2벌타가 부여된다.

주말 골퍼는 물론이고 프로 선수들도 골프 규칙을 자주 잊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김광배(62.사진)경기위원은 골프 규칙을 줄줄 외고 다니는 '골프 박사'다.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판단하는데다 선수들이 규칙을 어길 경우에는 예외없이 벌타를 매긴다. 그래서 그는 '필드의 포청천'이란 별명을 얻었다.

김씨의 단호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 한토막.

지난 5월 한솔레이디스 오픈 마지막날 김씨는 상위권 진입을 노리던 모 선수가 시간을 지체하자 가차 없이 2벌타를 내렸다. 불만이 터져나올 법 했지만 초 단위까지 잰 뒤 경기 지연(out of position) 사실을 지적하는 김씨의 판정 앞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간을 끄는 국내 선수들의 나쁜 습관은 하루 빨리 고쳐야 합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무대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날로 늘고 있지 않습니까. 악습을 고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기가 쉽지요."

김씨는 "18홀 기준으로 외국에선 보통 4시간20분이 걸린다. 국내 선수들은 5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1969년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김씨는 79년 사업차 들락거리던 미국에 눌러 앉아 골프 규칙과 사례집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고 12년 동안 이민 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 경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경기위원의 임무는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을 잘 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 여자골퍼들의 기량이 쑥쑥 발전하는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보수 봉사활동이기 때문인지 경기위원 수가 크게 모자란다"며 "지원자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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