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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간다고 나간 어린이 13일째 소식 없어 &계획적인 유괴? 괴 전화 일곱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간 국민학교 어린이가 집을 나간지 13일째-그 동안 내용을 종잡을 수 없는 전화만 일곱 차례 걸려와 그 가족과 경찰이 실종된 아이 찾기에 나섰다.
지난 9일 상오 8시쯤 서울 서대문구 만리동2가296의9호 송영술(44·삼홍기계상사 대표)씨의 3녀 혜순(11·봉래 국민학교 4년)양은 평소와 같이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갔는네 이날 상오 10시쯤 담임 선생 정순남씨로부터 혜순양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고 가족들은 총동원하여 친척집 등 혜순양이 찾아갈 만한 곳을 수소문했으나 지금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혜순양이 집을 나간지 닷새째되던 13일 하오4시30분쯤 혜순양의 집에 전화가 왔다. 『나 혜순인데…혜순이…』하고 곧 끊어졌다. 거의 우는 듯한 목소리였다. 뜻밖에 걸려 온 이 전화를 받은 아버지 송영술씨는 미친 듯이 전화를 붙잡고 전화국에 방금 전화 걸려 온 곳을 알아달라고 했으나 알 길이 없었다. 그 전화가 온 후부터 가족들은 혜순양의 신변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것을 직감, 경찰 당국에 알리지도 못하고 다시 연락와 주기만 기다리며 안타깝게 지내고 있을때 17일 어떤 여자 목소리의 전화가 왔다. 『혜순이 있는 곳을 안다. 광화문 제일 다방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날 약속시간인 하오6시30분 전화로 약속했던 검정 주름 치마 흰「스웨터」를 겹쳐 입은 여자는 다방에 나타나지 않고 송씨는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18일 상오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릴까말까하며 망설이던 가족들에게 17일과 똑같은 여자목소리로 또 전화가 왔다. 『우리 딸이 남정 국민학교에 다니는데 혜순이 있는 곳을 잘 안다니 한번 만나자』고 했다. 전화통을 붙잡고 아버지 송영술씨가 매달려 『어떤 요구를 해도 좋으니 만나자』고 했을때 전화는 이미 끊어지고 말았다. 송씨는 다섯번째 전화가 온 18일 저녁 경찰에 알리기 전에 우선 현상금 2만원을 붙여 신문 광고를 내기로 작정, 20일 아침 조간지 모 신문에 광고했다. 신문 광고를 낸 후 20·21일에도 두 차례에 걸쳐 『아이 찾았느냐』는 전화가 걸려와 견디다 못한 가족들이 경찰에 그 수사를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혜순양의 아버지 송영술씨의 말=딸의 행방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어떠한 댓가라도 치르겠으니 딸을 보호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돌려 달라. 평소에 아무런 원한 살일도 없었고 혜순이가 집 나갈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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