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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편의점 급증 … 서울 모습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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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9일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앞 거리. 예전에는 연극인들이 즐겨 찾던 국밥집과 선술집 등이 있었으나 지금은 커피점과 편의점으로 둘러싸여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 종로구 대학로는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다. 소극장 200여 곳이 넘는 문화의 거리다. 공연 전후로 특색 있는 식당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대학로의 매력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극장 문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이전 ‘대학로’ 특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과 편의점이 골목을 메우면서 강남역·명동 등 주요 대형 상업지역과 다를 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연을 마친 연극인들이 싼값에 허기를 때우러 찾아가던 동숭아트센터 앞 국밥집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바뀐 지 오래다. 개성 있고 독특한 문구류로 인기를 끌었던 문구점 자리에도 3년 전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들어섰다. 연극연출가 박근형씨는 “개성 있고 낭만이 숨쉬던 대학로의 풍경이 모두 사라졌다”며 “강남역과 다를 바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학로뿐 아니다. 서울의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홍익대 앞 명물이었던 제과점 ‘리치몬드’도 지난해 초 한 프랜차이즈 커피점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9일 서울시가 발표한 ‘2012년도 서울시 사업체 조사 주요 결과’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서울에서는 비알코올 음료업점과 편의점이 가장 많이 늘었다. 이용규 통계조사팀장은 “비알코올 음료업이라는 건 거의 대부분 커피전문점”이라며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다”고 설명했다.

 비알코올 음료업점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5916개였지만 2011년 9399개로 급증했다. 3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증가율도 11.2%(2009년), 18.9%(2010년), 20.1%(2011년)로 계속 늘고 있다. 연평균 증가율은 16.7%로 주요 업종 중 1위다.

 편의점도 비슷하다. 증가율이 10%(2009년), 17.4%(2010년), 18.6%(2011년)로 급성장하고 있다. 개수로는 2008년 3294개에서 2011년 5047개로 불어났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및 편의점이 늘면서 전통적인 골목상권은 축소되고 있다.

 수퍼마켓으로 통칭되는 음·식료품 소매업은 2008년 1만3732개가 있었으나 3년간 2000여 곳이 문을 닫아 1만1738개만 남았다. 2008년에 비해 9%가량이 줄어들었다. 문구점도 3820곳(2008년)에서 3143곳(2011년)만 남았다. 1년에 200여 곳씩 문을 닫는 꼴이다.

 한때 대학가를 점령하다시피 했던 PC방도 줄고 있다. 2008년엔 4479개가 있었지만 2011년에는 3279개 업소가 남았다. 26.8%가 줄어든 수치다. 불과 3년 동안 4개 업소 중 한 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이 일반 가정으로 보급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최동윤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 대부분이 중소 상인인 만큼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의 사업체는 총 75만2000개였고 전국 347만 개의 21.8%를 차지했다. 자치구별 사업체로는 중구(5만9567개)와 강남구(5만7987개)가 가장 많았고, 도봉구(1만7559개)·서대문구(1만8116개)가 가장 적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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