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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점령한 정신병자 '캐이 팩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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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할로윈 전야와 월드 시리즈 개막에 따른 축제 분위기와 탄저병에 의한 불안감이 혼재했던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의 이번 주말 북미 흥행에서, 휴머니즘 가득한 현실 탈출용 환상드라마 '케이 팩스(K-Pax)'가 1,722만불의 흥행수입을 기록하며 1위로 데뷔하였다. 이는 '미트 패어른츠'(2,862만불)와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2,255만불)에 이어 10월 개봉작 중 세 번째로 높은 개봉주말 수입이다.

'케이 팩스'와 같은 날 개봉했던 할로윈 데이용 공포물 '13 고스트(13 Ghosts)'도 1,517만불의 만만치 않은 수입으로 2위를 기록해 이번 주말 역시 지난 주말과 마찬가지로 신작들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총 네 편의 신작이 전국개봉한 이번 주말, 인기 가수들이 주연한 나머지 두 편의 개봉작은 상영관수가 작은 탓에 조용한 데뷔전을 치루었는데, 인기 랩퍼 스누프 도기 독이 주연한 공포물 '본즈(Bones)'는 847개 극장으로부터 282만불의 수입을 올려 10위에 턱걸이하였고, 인기 그룹 '엔싱크'의 멤버중 두 명이 주연한 '온 더 라인(On The Line)'의 경우 900개 개봉관에서 231만불을 벌어들이며 11위에 랭크되어 10위권 진입에는 실패하였다.

지난 주말 1위와 2위로 선보였던 쟈니 뎁 주연의 '프롬 헬(From Hell)'과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라이딩 위드 보이스(Riding In Cars With Boys)'는 이번 주말 비슷비슷하게 602만불과 601만불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쳐 3위와 4위에 랭크되었다.

국내 개봉을 앞둔 댄젤 워싱턴, 에단 호크 주연의 현실감 넘치는 경찰 드라마 '트레이닝 데이(Training Day)'가 514만불의 수입으로 5위를 차지하였고,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코믹 범죄 드라마 '밴디츠(Bandits)'는 505만불의 수입으로 6위를 기록하였다.

이번 주말동안 흥행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7,248만불이었는데, 이는 지난 주말(7,263만불)에 비해서 0.2%가 증가한 성적일 뿐 아니라, '미트 패어른츠'와 '블레어 윗치 2: 북 오브 새도우'가 각각 1,505만불과 1,322만불의 수입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작년의 같은 기간(7,100만불)과 비교할 때는 2.1%가 증가한 성적이다.

이번 주말 1위로 개봉한 '케이 팩스(K-Pax)'는 진 브류워의 1995년도 소설을 영화화한 케빈 스페이시, 제프 브릿지스 주연의 SF/환상 휴먼 드라마이다.

'케이 팩스'가 1위로 개봉함으로써 인터미디어 사와 공동으로 영화를 제작한 유니버설 사는 '미이라 2', '분노의 질주', '쥬라기 공원 3', '아메리칸 파이 2', '머스킷티어(The Musketeer)'에 이어 올해 6번째로 1위 개봉작을 배출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유니버설 사의 배급대표 니키 로코는 이 영화가 거둔 기대 이상의 성공에 대하여 큰 만족감을 표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어른들을 위한 드라마틱 필름."이라고 자평하였다. 실제로 관객의 62%가 30세 이상이었다고 출구조사 결과를 밝힌 그는 이와 같이 중년층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데 대한 일등공신으로 탁월한 마케팅 능력과 노력을 선보였던 자사의 마케팅 담당 피터 아디와 광고 담당 아담 포겔슨을 꼽았는데, "정말 대단한 마케팅 캠페인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프롯(케빈 스페이시)은 정체불명의 정신병 환자이다. 그는 스스로를 1000 광년이나 떨어진 행성인 케이 팩스(K-Pax)에서 왔다고 주장하는데, 그의 즐거움가득한 당당함에 담당의사인 닥터 마그 파웰(제프 브릿지스)은 당황한다. 또한 프롯이 다른 환자들에게 들려주는 케이 팩스에서의 생활은 그들을 동요시키고, 급기야 그가 여름이 끝나기전에 자신의 별로 돌아가겠다고 선포하자 그들 역시 동참하기를 희망한다. 이제 프롯이 이야기한 귀향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고, 닥터 파웰은 과학과 믿음,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마치 '사랑의 기적',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등이 선보인 정신병원내에서의 휴머니티에 '스타맨'과 같은 환상적인 외계인을 접목시킨 듯한 이 영화에서 근래 최고의 연기파로 일컬어지는 케빈 스페이시가 주인공 프롯을 연기하였고, '스타맨'에서 '사람보다 더 인간미를 지닌 외계인'인 스타맨을 연기했던 제프 브릿지스가 그를 상대하는 의사 파웰 역을 맡았다. 감독은 '도브', '해커스'의 이안 도브.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양호한 반응을 나타내었는데, 특히 케빈 스페이시가 톡톡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는 "영화내내 스페이시가 매우 훌륭하고 볼만한 연기를 펼침에 따라 제작자들은 우주선 세트를 제작하는데 돈을 들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정말 아름답게 조절된 명연기였다."고 그의 연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캐리 릭키는 "이 영화는 배우보다는 각본가에 의해 더 향상될 수도 있었던 영화(곧 배우의 연기는 충분했던 영화)."라고 평했으며,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스페이시와 브릿지스 둘 다 훌륭한 연기를 펼치며, 달콤한 동시에 씁쓸한 영화의 마지막까지 진행방향과 설명을 오픈시켜 둔다."고 그들의 공을 높이 샀다.

또, CNN의 폴 클린턴은 "영감을 선사하고 마음깊이 감동으로 뒤흔드는 작품."이라고 높은 점수를 주었고,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나는 이 영화가 우리를 다양한 가능성들로 감질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반면, 이 영화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나타낸 이로써,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이 영화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영화이다. 쓸데없이 말이 많은 캐릭터들과 진부하기 그지없는 결말!"이라고 직격탄을 퍼부었으며, USA 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퓨즈는 "'사랑과 기적',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그리고 '스타맨'의 메스꺼운 조합."이라고 일축했다.

윌리암 캐슬의 1960년산 호러 영화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13 고스트(13 Ghosts)'는 할로윈 주말의 특수를 노려 선보인 호러 스릴러물이다.

배급사인 워너 브러더즈 사의 미국내 배급대표인 댄 펠만은 '13 고스트'의 개봉주말 수입이 기대치를 넘어선 것이었다고 밝히며 "2위라는 성적에 우리는 정말 행복하다."고 즐거운 소감을 전했는데, 이 영화의 제작비가 불과 2천만불에 불과하므로 조만간 제작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화의 제작은 명제작자 조엘 실버와 명감독 로버트 제메키스가 공동출자한 다크 캐슬 엔터테인먼트(역시 리메이크물인 '헌티드 힐'을 히트시켰었다)가 담당하였는데, 워너 사의 댄 펠만은 "그들은 공포영화를 적당한 제작비로 만들어내는 법을 잘 알고 있다."면서 내년 할로윈 주말에도 그들이 차기작으로 만들고 있는 공포물 '고스트 쉽(Ghost Ship)'을 배급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각본과 연출은 ILM소속 특수효과맨 출신의 신인인 스티브 벡이 담당하였고, '아마데우스'의 F. 머레이 애이브러햄과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의 새넌 엘리자베스(극중 체코 유학생 나디아), '갤럭시 퀘스트'와 '스파이 키드'의 토니 샐후브 등이 공연하고 있다.

기인으로 불리워졌던 닥터 조르바로부터 오래된 저택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일가 친척들은 그 저택에 모인다. 하지만 이 저택에는 위험한 비밀이 숨어있었으니, 이상하게 움직이는 벽들 때문에 저택에 갇힌 가족들은 모든 것들을 없애려는 유령들과 조우하게 된다. 퇴마사가 합세하여 유령들의 영혼을 저택으로부터 풀어주려고 하지만, 이 저택은 점점 이들을 공포로 몰고 간다. 과연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혹평일색이었다.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를 지켜보는 경험은 말그대로 고통스럽다. 이 영화는 눈과 귀를 괴롭힌다."고 이 영화의 사망신고를 내렸고,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섬뜩하고 시끄럽지만,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유령 저택 스릴러물."이라고 평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의 디슨 호우 역시 "유머와 유령 호러를 조합하려고 노력은 많이 했으나, 두 가지 모두 별볼일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번 주말 9위로 선보인 '본즈(Bones)' 역시 '13 고스트'와 마찬가지로 할로윈 특수를 노린 액션 호러물이다.

때는 1970년대. 지미 본즈(스누프 도기 독)는 번성하는 이웃들에 대한 전설적인 보호자였다. 쿨하고 핸섬하며 존경까지 받는 본스는 더할 수 없이 친절한 이였지만 일부는 그를 배신하여 없애고 만다. 20년이 지나고, 마약과 범죄가 이웃들을 망가뜨리자 본스는 좋았던 시절의 카리스마강한 유물로 취급된다. 하지만 이때, 불사신이 된 본즈가 돌아온다!

'샤프트'를 필두로 70년대를 풍미했던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흑인이 주연하여 섹스와 액션으로 도배하는 B급 오락물)'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 영화의 타이틀 롤은 인기절정의 흑인 랩퍼 스누프 도기 독이 연기하였고, 퀜틴 타란티노가 연출했던 '재키 브라운'으로 부활한 흑인여배우 팜 그리어가 공연하고 있다. '똑바로 살아라', '정글 피버', '말콤 X', '모 베터 블루스' 등 다양한 스파이크 리 감독 영화에서 촬영감독을 지냈던 어네스트 디커슨이 메가폰을 잡았다.

'본즈' 역시 할로윈 시즌에 개봉되는 대부분의 다른 공포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평론가들의 집중포화를 견뎌야 했는데,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시시하고 따분한 초자연 스릴러물."이라고 일축했고, 뉴욕 데일리 뉴스의 잭 매튜는 "영화의 우스꽝스러운 마지막은 마치 영화내내 우울했던 시시함에 대한 사과처럼 보인다."고 공격했으며, 할리우드 리포터의 마이클 레흐트샤펜은 "지나친 핏빛 시각효과에 빠져 허우적대는 시시함."을 지적하면서 "무섭다기(horrific) 보다는 지긋지긋하다(horrible)."고 큰 실망감을 표했다.

이번 주말 전국 개봉작중 유일하게 10위 진입에 실패한 '온 더 라인(On the Line)'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젖먹는 용기를 내는 자신감 결핍증 청년을 그린 로맨틱 코메디물이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5인조 팝그룹 엔싱크(NSync)의 멤버들인 랜스 배스와 조이 파톤이 주인공 커플을 연기하면서 극영화 데뷔전을 치루고 있으며, 연출은 TV 출신의 신인 감독 에릭 브로스가 담당하였다.

케빈(랜스 배스)은 흠잡을 데 없는 청년이지만 다만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자신에게 굴러들어온 사랑과 행복마저 알아차리지 못하기가 일수이다. 그러던 어느날, 케빈은 시카고의 'L' 전차에서 꿈에 그리던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역시 그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어 볼 용기가 없는 그는 이 황금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그녀를 잊지 못하는 그는 친구들과 함께, 그녀를 찾기 위한 대규모 길거리 캠페인에 나서는데, 이 와중에 그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시카고의 유명인사가 되고, 많은 여성들의 애정공세를 받게 된다.

엔싱크의 멤버들이 우려했던 것처럼(그들은 개봉전 이 영화가 팬들을 위한 것이지 결코 평론가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밝혔다) 평론가들의 반응이 혹평일변도는 아니었다.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는 "적당하고 호감이 가는 스타 영화."라고 칭했고,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조나산 타키프는 영화에 출연한 엔싱크의 두 멤버에 대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거침없는 혹평을 퍼부었다.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배스의 연기는, 프레디 프렌지 주니어(청춘영화에 단골출연하는 아이돌 스타)가 마치 알 파치노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비아냥거렸고, 뉴욕 데일리 뉴스의 엘리자베스 와이츠만 역시 "영화관에서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프레디 프린지 주니어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풋내기 배우들의 연기에 혹평을 가했으며, 시카고 트리뷴의 로저 에버트는 "고민스러울 정도로 삐거덕거리는 영화."라고 사형선고를 내렸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운명적 사랑의 존재여부를 다룬 로맨틱 코메디물 '세런디프티(Serendipity)'가 381만불의 수입으로 7위에 랭크되었고, 개봉 2주째인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라스트 캐슬(The Last Castle)'은 여전히 낮은 363만불의 수입으로 8위에 그쳐 높은 기대를 가졌던 제작진(드림웍스)을 실망시켰으며, 코믹 갱스터물 '콜키 로마노(Corky Romano)'가 300만불의 수입을 올려 9위에 랭크되었다.

여름시즌이후 나름대로 조용했던 흥행가는 '토이 스토리' 팀의 신작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s, Inc.)'가 다음 주말 개봉하고, 이후 1주 간격으로 패럴리 형제와 기네스 팰트로우가 콤비를 이룬 신작 코메디 '샐로우 할(Shallow Hal)', 올해 최고의 기대작중 한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등이 차례로 개봉함에 따라 다시 한번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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