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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전 받은 카라얀의 전화, 내 운명 달라졌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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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리카르도 무티[사진=현대카드]

미국을 대표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다음 달 6,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한다. 올해 창단 122년을 맞은 시카고 심포니의 첫 내한 무대다. 시카고 심포니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2)를 e-메일로 만났다.

 그의 답변에는 위트가 넘쳤다. “베르디와 바그너 둘 다 탄생 200주년을 맞았다. 왜 바그너의 곡은 레퍼토리에 없나”고 묻자 “같은 해 태어난 게 실수였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그들 잘못”이라고 했다. 모두 뛰어난 작곡가란 뜻이다.

 -2005년 ‘더 이상 음악감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2008년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 제안을 받아들였다.

 “런던 필하모니아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에서 19년 동안 음악감독으로 있었다. 무엇보다 자유롭고 싶었다. 그러다 시카고 심포니를 만났고 그 음악과 사람들에 빠지게 됐다. 사랑은 순간이다. 인생이 그렇듯 우리들은 예상치 못한 순간 빠져들게 된다. 지휘자 경력을 쌓기 위해 시카고 심포니에 있는 게 아니다. 음악가로서의 경력은 충분히 쌓았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즐거운 만남으로 생각해주면 고맙겠다.”

 -71년 카라얀의 추천으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를 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미국 전역을 돌며 지휘를 하고 있던 중에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허름한 호텔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오전 7시, 전화벨이 두 번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는데 ‘카라얀이다’고 말해 장난인 줄 알았다. 인사도 없이 ‘어떻게 내 방을 아셨어요?’고 물었다. 그게 카라얀에게 처음으로 했던 말이다. 그렇게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해외 유명 교향악단은 보통 협연자와 함께 내한하는데 이번 공연은 독특하게도 협연자 없이 진행된다. “시카고 심포니의 음악에만 집중해 달라”는 무티의 의도다. 부조니의 ‘투란도트 모음곡’과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등을 연주한다.

 -지휘자로서 성공 비결은.

 “지휘자는 작곡을 배워야 한다. 불행히도 요즘 그런 지휘자는 드물다. 10년간 작곡을 한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다. 요즘 젊은 지휘자들은 외부활동에 관심이 많은데 지휘자로 성공하려면 하모니와 기악 편성법을 파고들어야 한다. 토스카니니(1867~1957)가 말했었다. ‘발로 박자를 맞추는 건 당나귀도 할 수 있지만 음악에 맞춰 박자를 넣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무티는 영화 ‘대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악을 만든 이탈리아 작곡가 니노 로타(1911~79)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항상 종이가 가득 든 작은 가방을 들고 다녔다. 악상이 떠오르면 오케스트라 연주 중에도 이를 옮겨 적었다. 음악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나를 음악인으로 만들어 준 건 그였다. ‘음악은 진지하게 배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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