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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의 해외국민등록증갱신과 앞으로의 교민정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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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버지는 「한국」, 어머니는 「조선」, 「조선」으로 되어있던 것을 첫째 아들은 「한국」으로 바꿨는가하면 「한국」으로 바꿨던 둘째 아들은 다시 「조선」으로 바꾸기를 원하고…. (재일교포 정씨 일가의 경우)
국민 되는 기본요건인 「국적」이 이토록 난맥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재일교포사회의 바로 기본요건이기도 하다.
정부는 오는 5월 재외국민등록법에 의한 「대한민국국민등록증」을 갱신할 방침으로 있다. 동 등록법은 『외국에서 일정한 장소에 주소 또는 거소를 정한 자, 또는 일정한 장소에 20일 이상 체류하는 자』(법제3조)를 대상으로 삼고있고 보면 등록증갱신은 해외교포전체에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특히 재일교포에 안목을 두고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재외국민등록법이 1949년11월24일 제정되어 「국민등록증」이 교부된 이래 등록증이 갱신되기는 17년만인 이번이 처음이며 지난 1월17일 발효한 「일본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법적 지위 및 대우에 관한 협정」이 그 직접적인 계기가 되고있다. 영주권신청에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여권 또는 이에 대신하는 증명서를 제시하게 되어있는데(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 이번 갱신되는 국민등록증은 바로 「이에 대신하는 증명서」의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재일교포총수는 65년3월말 현재 일본의 「입관」 집계로 58만1천5백93명-.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기 이전인 1947년5월2일 미극동주둔군총사령부 지시로 외국인등록이 처음으로 실시될 무렵 재일교포는 모두 「조선인총연합회」 산하로 되어있었고 외국인 등록증의 국적란은 일괄해서 「조선」으로 기입되었었다.
이 「조선」은 지난 한·일 조약 비회국회에서 국적이라기보다 「지역」을 표시하는 기호라는 일본정부의 유권적 해석이 내렸던 아리송한 성격의 것.
재일교포 중 ①민단계는 그 뒤 3년마다 실시된 외국인등록갱신에서 국적란의 「조선」을 「한국」으로 고쳤으나 ②국제정세의 움직임을 관망하겠다는 일부의 이른바 「인텔리」층 ③영업상 정치적 선택을 꺼려하는 일부 중소기업업자 ④절차를 따로 밟기조차 역겨워하는 무관심층 내지는 교육에서 소외된 층은 국적란을 그대로 기호로서의 「조선」으로 방치해왔기 때문에 외국인등록증으로는 「국적」을 구별하기 어려운 형편에 있다. 벽두에 인용한 정씨 일가의 국적이 난맥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의 국내법인 재외국민등록법에 의한 「국민등록증」은 그런 뜻에서 국적선택을 다른 각도에서 측정 내지는 확인하는 구실을 해왔다.
대한민국 국민등록증을 교부 받은 재일교포는 지난해 6월30일 현재로 23만1백27명, 북한계의 조총련산하는 일본경찰당국 집계로 l7만, 나머지 17만4천9백38명은 이른바 중립계로 추정-. 이렇게 해서 재일교포 60만은 민단계·조총련계·중립계로 3대분 된다는 구성 「모델」이 생겨났지만, 정치적 선택은 「유동적」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등록증을 받은 민단계교포가 23만이라지만, 등록증에 기재사항 변경란도 없고 그동안 한번도 갱신해본 일조차 없고 보면 어떤 것은 깊이 누더기처럼 삭아버린 것이 명실 모두 「무실화」해버렸다고 해서 과언이 아닌 것이 현재의 국민등록증-. 이 등록증을 통하여 재일교포의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번 갱신은 「법적 지위 및 대우협정」상의 영주권신청과 관련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정부는 재일교포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회에서의 논란, 주일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한 그동안의 지적 등이 쌓여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북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일정치 문화공작을 조직적으로 벌여왔으나 한국은 재일교포를 「관찰」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십유여년을 두고 한번도 갱신조차 않은, 그 결과 유명무실해진 국민등록증은 그 상징적인 본보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등록증갱신을 계기로 교민정책의 「갱신」이 기대되고 있다. 【동경=강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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