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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소셜테이너와 폴리테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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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배영대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배우 김여진씨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가 3일 트위터에서 문재인 전 대선 후보 캠프와 연관됐다는 이유로 한 방송사로부터 출연 취소를 통보받았다고 밝힌 이후다. 김씨는 “각 방송사 윗분들, 문재인 캠프에 연관 있었던 사람들 출연금지 방침 같은 건 좀 제대로 공유를 하시던가요. 작가나 피디는 섭외를 하고 하겠다고 대답하고 나서 다시 ‘죄송합니다 안 된대요’ 이런 말 듣게 해야겠습니까”라고 썼다. 또 “누가 됐든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밥줄이 끊기는 상황은 부당하다. 나는 선거 훨씬 전부터 소셜테이너 금지법의 첫 사례였다”고 했다. 수많은 리트윗과 댓글이 잇따랐고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됐다.

 김씨는 소셜테이너라고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폴리테이너라고 해야 한다. 소셜테이너는 사회적(social)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을 하는 연예인을 말한다. 폴리테이너는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의 합성어로, 정치활동을 공개적으로 하는 연예인을 가리킨다.

 소셜테이너는 최근 등장한 용어다.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기가 발달하면서부터다. 정당이나 정치권과 연계하지 않고도 사회적 공익을 위한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해진 현상을 반영한 용어다. 반면 김씨는 18대 대선 기간 중 팟캐스트 ‘문재인 스토리’를 진행했고, 문재인 전 후보의 TV 찬조연설 마지막 주자로까지 나섰다.

 폴리테이너라고 폄하하자는 뜻이 아니다. 더더욱 방송 출연을 규제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밥줄이 끊기는 상황은 부당하다”는 김씨의 주장에 백번 동의한다. 소셜테이너와 폴리테이너의 미묘한 경계에 서 있는 연예인의 안타까운 심경을 헤아려보고 싶다. 행여 방송사 측에서 미리 알아서 당선자 측에 잘 보이려고 했다면 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정확히 5년 전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유사한 사태가 있었다. 김미화·김제동·윤도현씨 등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맡고 있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들이 보이지 않자 정확한 사실 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채 각종 음모론만 난무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런 소모적 논란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당선자를 지지했던 연예인에게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한 낙선자를 지지했던 연예인은 불이익을 항변할 수 있다. 선거 후 일정 기간 폴리테이너의 방송 출연 금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아직 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스타 파워’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시대다. 연예인도 자유롭게 소신을 얘기하되 자기 말에 책임을 지는 사회다. 특히 팩트(사실)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문화계마저 사익과 당익을 앞세우는 일부 정치인을 흉내 내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당파성은 객관성이 있을 때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