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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 분리해 적정거리 유지, 감정을 과감히 표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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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중년 남성의 어깨에 드리운 ‘무거운 짐’. 남편·아버지로서의 책임감, 직장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가정에서의 소외감, 무한경쟁 속에서의 박탈감 등이 그것이다. 서울백병원 우종민 교수는 “우리나라 중년 남성은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의무만 다하려다 신체적·정신적 탈진상태에 이른다”며 “결국 마음의 병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나 신체 질병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마음력』 『남자심리학』의 저자인 우 교수에게 중년 남성의 정신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수칙에 대해 들어봤다.

“일에만 매달리지 말라”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44.6시간으로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다. 그만큼 일의 강도가 높고 재충전할 시간은 적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지치고, 심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이를 ‘탈진증후군’이라고 한다. 일만 하며 달려온 중년이 겪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우 교수는 “탈진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일과 자신의 삶을 분리하고,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놓을 것인가’, ‘이걸 안 하면 내가 죽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버려야 내 인생·가족·휴식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우 교수의 설명이다.

“주변 사람에게 속마음을 토로하라”

‘남자는 가슴으로 울어야 한다?’ 예부터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게 미덕이었다. 하지만 이는 마음을 병들게 하는 지름길이다. 우 교수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부류”라며 “차라리 ‘죽고 싶다’ ‘힘들어 죽겠다’라고 주변 사람에게 토로해서 그때그때 감정을 풀어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인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눈물도 감정 표출의 한 방편이다. 눈물은 마음을 달래주는 뇌신경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마음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솔터 알레타 박사는 ‘실컷 우는 아이의 질병 회복이 울지 않는 아이들보다 훨씬 빠르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숲·햇빛 등 자연을 가까이 하라”

자연을 자주 접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우 교수는 “현대인의 오감은 지나친 경쟁과 밀집된 환경, 과도한 조명 등에 의해 항상 과잉 흥분된 상태”라며 “자연 속에서는 오감이 안정되고 주의력이 회복돼 평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숲을 가까이 하라”고 덧붙였다. 숲의 공기 중에 있는 피톤치드·음이온·산소 등은 신진대사와 뇌 활동을 촉진하고 피로회복을 돕는다. 우 교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결과 병원보다 숲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햇빛도 정신건강에 좋다. 비타민D를 합성하고,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우리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중년에게 운동은 필수, 생활화하라”

운동은 엔도르핀·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스트레스·우울감 해소에 좋다.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신체 에너지를 생성해 자신감도 높아진다. 특히 근육량이 줄어드는 중년기일수록 운동이 필수다. 근육량이 늘어나면 기초대사율이 높아지고 뼈도 단단해진다. 심부체온이 높아지고 면역력도 증가한다. 우 교수는 “평소 팔굽혀 펴기, 복근 운동, 계단 오르기, 스쿼트(무릎 구부렸다 펴기) 등으로 근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근육량이 증가하면 우울감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경쟁심이 강한 사람은 축구·농구와 같은 구기 종목이,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은 등산·수영이 좋다.

“음주·흡연은 정신건강 최악의 적, 멀리하라”

음주와 스트레스의 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 음주는 스트레스를 낳고, 스트레스는 또 술을 당기게 한다. 우 교수는 “약간의 술은 스트레스에 무뎌지게 만들지만, 그 범위에서 한 잔만 넘어가도 오히려 새로운 스트레스가 생긴다”고 말했다. 흡연도 마찬가지다. 또 음주와 흡연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갱년기를 앞당긴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저하되면 성욕·활력이 감소하고 우울·무기력증·피로감이 나타난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많아지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눈뜨자마자, 또 잠들기 직전이 중요하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또는 밤에 잠들기 직전의 마음가짐이 하루를 결정짓는다. 우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10분간 스트레칭하는 게 좋다. 몸의 긴장을 풀어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오늘의 중요한 일을 미리 점검한다. 잠들기 전에는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오늘 하루 좋았던 일과 감사했던 사람을 떠올린다. 우 교수는 “일에 대한 걱정이나 내일에 대한 불안감은 악몽을 꾸게 할 확률이 높고, 잠을 설치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두려워 말라”

마음의 감정을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경우도 있다. ‘죽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고, 성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거나,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해 갑자기 충동적인 행동을 할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우 교수는 “감기도 방치하면 폐렴이 되는 것처럼, 중년 남성의 우울증도 자살처럼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막연히 자살·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경계경보가 울린 셈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오경아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참고=『직장인의 마음건강 길라잡이 스트레스힐링』

(우종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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