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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13…비행학교 한인 교습생들

미주중앙

입력

비행학교 수강생인 조중훈 씨가 샌타모니카 해변에 떠오른 태양을 향해 날고 있다. 신현식 기자
롱비치공항 앞에서 비행을 마친 비행학교 수강생들이 본지 기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조중훈 씨, 박기한 교관, 원용석 기자, 김성 씨, 함병일 씨. 신현식 기자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날자.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의 주인공처럼 많은 이들이 날아오르기를 갈망한다. 대지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창공을 향해 비상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은 비현실적인 만큼 더더욱 절실하다.

롱비치의 '액세서블 에비에이션 인터내셔널 비행학교' 수강생인 조중훈씨와 김 성씨도 비상을 꿈꾸는 이들이다. 이들의 새해 소망은 올해 자신의 힘으로 하늘을 나는 것.

동이 트기도 전인 이른 새벽, 조씨가 처음 조종하는 '세스나 172(2006년형)'기에 동승했다. 교관 박기한씨와 함께였다. 옆에는 김씨가 다른 비행기를 탔다.

도심의 건물들 사이로 태양이 떠오른다. 불나방처럼 빛나던 도회지가 기지개를 편다. 비행기가 태평양을 향해 기수를 돌리자 진주빛깔의 샌타모니카 해변이 반짝이며 새해 인사를 해 온다.

조씨의 눈이 점점 커진다. 그는 "이야~! 이 기분, 평생토록 만끽하고 싶네요"라며 연신 탄성을 자아낸다. 그는 박 교관의 가이드를 받으며 샌타모니카에서 LA 국제공항, 토런스 창공을 가른 뒤 카탈리나 섬을 향해 기수를 돌렸다.

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보니 태평양 바다가 짙푸른 젤리처럼 출렁인다. 파도가 암벽을 계속 때리자 모두들 황홀경에 빠진 듯 기내가 조용해졌다. 박 교관이 "이런 기막힌 장관은 경비행기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죠"라며 침묵을 깼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늘에서의 꿈결 같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고 어느새 롱비치 공항에 착륙했다. 한 시간 정도 탄 줄 알았는데 박 교관이 "거의 2시간 날았다"고 말했다. 하늘에서의 시간은 더 빨리 가나보다.

1년째 강습을 받고 있다는 조씨는 "올해는 나의 해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한국나이로 이제 예순 한살이 됐지만 도전에 나이가 따로 있습니까"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박 교관에 따르면 그의 지도를 받은 학생 수는 줄잡아 100명이 넘는다. 하지만 현재 남가주에서 비행기 조종법을 배우는 한인 학생은 통틀어 100명도 안 된다고 한다. 그는 "비행기 조종이 생각처럼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날씨가 좋은 남가주만큼 비행기 조종술을 배우기 좋은 곳은 없다"며 기자에게도 배워볼 것을 권했다. 박 교관에 따르면 비행기 조종을 배우는 비용은 그리 비싸지 않다. 1시간 교습비는 50달러. 비행기 1시간 렌트비는 평균 120달러다.

이날 함께 비행한 또 다른 한인 김성씨는 "올해 내 꿈은 교관 양성 과정을 수료한 뒤 한국으로 돌아가 항공사 조종사로 취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용석 기자 w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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