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주 권력 여인천하 주지사·연방의원 모두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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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하산(左), 커스터(右)

미국에서 ‘여인천하’ 주가 탄생하게 됐다. 3일(현지시간) 새 하원이 구성되면 뉴햄프셔주는 2명씩인 상·하원 의원 4명이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는 미국 최초의 주가 된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매기 하산(54)이 여성 주지사가 됐다. 여기다 주 대법원장과 주 하원의장 자리도 이미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연방 하원의원 앤 커스터는 “뉴햄프셔주 권력의 색깔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도 아니고 민주당의 푸른색도 아닌 핑크색”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연방상원의 여성 의원 비율은 20%, 하원은 17.9%에 불과하다. 알래스카·델라웨어·아이오와·미시시피·노스다코타·버몬트 등 6개 주는 여성 하원의원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 특히 델라웨어·아이오와·미시시피·버몬트주는 상원에도 여성을 보낸 적이 없다.

 이런 정치 지형도에서 유독 뉴햄프셔주에서 여성 정치인이 빛을 발하고 있는 데는 정파를 떠난 끈끈한 여성 인맥이 큰 힘을 발휘했다. 예컨대 이번에 민주당 출신으로 하원의원이 된 커스터 의원의 어머니는 공화당원이었으면서었으면서도 민주당 출신 상원의원이 된 지니 샤힌(65)의 멘토였다. 샤힌 역시 수많은 여성 정치지망생을 수하에서 키워 냈다.

 여성 정치인이 많이 배출되다 보니 지역 분위기도 일하는 여성에게 익숙해졌다. 하산 주지사 당선자는 “미니밴과 휴대전화에 의존해 아이들을 매일 등교시키면서 맡은 일까지 척척 해내는 ‘워킹맘’은 타협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빼어난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다섯째로 작은 주이면서 주 하원 의석이 미국 50개 주 중에서 가장 많은 400석(204개 선거구, 주민 3300명당 한 석)이나 되는 것도 여성의 정치 참여 문호를 넓혀 줬다. 동네 ‘아줌마 부대’의 파워를 등에 업고 정치에 입문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다는 얘기다. 뉴햄프셔주는 미국 대통령선거 초반 민주·공화 양당에 난립한 후보를 1~2명으로 압축해 주는 프라이머리(당내 경선)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6일 치러진 선거에서 여성들은 연방 상원 100석 중 20석, 하원 435석 중 78석을 차지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원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클레어 매카스킬(미주리·공화) 의원과 5명의 초선 의원 등 총 6명의 여성 의원이 탄생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태미 볼드윈(위스콘신), 하이디 하이트캄프(노스다코타), 메이지 히로노(하와이) 등 4명이다. 공화당에선 뎁 피셔(네브래스카) 1명이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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