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선 미 대 중공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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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정치의 현실로 「2개의 중국정책」에로의 방향전환을 줄곧 강요받아온 미국은 급기야 대 중공정책을 은밀히 재검토하고 있는 징조가 보이고 있다. 최근「험프리」부통령, 「러스크」국무장관, 「골드버그」「유엔」대사 등 미 고위층의 발언과「뉴요크·타임즈」지의 대 중공정책변경 시사보도는 중공에 대한「고립정책으로부터 군사적 봉쇄정책으로」, 나아가선 「2개의 중국」을 인정해야하는 불가피성을 암시했다. 앞으로 있을 이 정책전환은 미국이 먼저 「이니시어티브」를 쥐고 중공을 자유중국과 함께 「유엔」속에 묶어둠으로써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준수시켜 호전성을 약화시키자는 것과「유엔」에 가입 못한 책임을 전적으로 북평정권으로 돌리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또 지난 25일「러스크」장관의 돌발적인 외몽고승인용의 선언으로 보아 분명히 중공의 제23차 소련공산당대회불참을 계기로 극에 달한 중·소 관계를 이용, 소련과 보다 긴밀한 유대를 가짐으로써 중공의 호전성을 봉쇄할 심산인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작년 중공의 「유엔」가입안이 47대47이라는 가부동수로 부결되었을 때 이미 미국의 현 정책이 한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주었고 사실 대 중공정책 전협은 때늦은 감이 있었다. 자유중국을 「유엔」내에 두고 중공을 「유엔」에 가입시키자는 견해는 「윌리엄·번디」의 대 중공전략수정건의와 국무성안전·영사문제국장 「쉬바츠」씨의 사임으로 미루어 국무성내의 실무자급관리들 사이에는 이미 기정사실화한지 오래 전의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이 같은 미행정부의 중공정책재검토는 월남전확대로 핵 보유국인 중공과의 충돌위험성이란 면에서보다는 오히려 중공과「캐나다」·일본·「프랑스」등 비 공산국과의 교역단 격증, 소련·동구공산권과의 분열등 국제적 현실 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번 중공문제에 관한 미상원외교위의 공청회에서 증언한 「페어뱅크」교수등 8명의 중공문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중공을 「유엔」등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온 미국의 현 정책은 중공에 좌절감을 주어 침략성과 호전성을 길러왔으며 마침내는 7억5천의 거인이 타협을 모르고 외길로만 뻗으려는 비정상적인 성격을 갖게 했다고 강조했었다.
「린드버그」·「자고리아」교수들의 증언과 같이 소련과의 분열, 제2차 아·아 회의 실패, 「쿠바」와의 불화, 「인도네시아」·「가나」에서의 퇴각등 쓰라린 경험들은 중공의 외교정책이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못하는 것이며 중공은 이제 외교상 나아갈 방향감각을 잃고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28일 「험프리」부통령은 「뉴스·위크」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공을 견제해야지 고립시켜서는 안된다. 모택동 세대가 중공지도층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으나 우호정신만은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러스크」장관은 『자유중국과의 동시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중공의 「유엔」가입은 가능한 문제』라고 말하여 「매카시」선풍이후 「터부」가 되어온 중공관이 획기적 방향전환을 한 셈이 되었다.
지난10일 의사·과학자·일반학자들의 중공방문승인결정과 서독 차관단의 1억5천만불 규모의 제철공장수출에 압력을 가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태도는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일들이었다. 그러나 진의중공외상이 작년9월29일 전반적 외교정책을 천명하면서 「유엔」이 미수의 침략정책의 도구화한 이상 가입하지 않을 것을 명백히 했으며 「유엔」헌장을 개정할 것과 국부측 축출을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니 미국의 대「유엔」정책변경은 도리어 중공의 콧대만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미국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미국은 소련과 함께 좌충우돌하는 중공에 대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은 중공자신의 책임』임을 인식시키면서 오는 가을 「유엔」총회에서의 중공 「유엔」이 가입문제를 3분의2과반수의 중요사항으로 다시 묶어 가입을 저지시킬 것이지만 중공의 태도에 따라 점차 중공과의 접촉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므로 최근 미국위정자들의 증언은 관측 기구이며 「워싱턴」의 대 중공정책이 급격히 바뀔 것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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