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방범|대구에 2인조 은행「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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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구=본사 송평성·대구주재 최순복·김탁명·김영태 기자】29일 낮 4시5분쯤 서울은행 대구지점에서 미제45구경 권총과 단도를 든 2인조「갱」이 들어와 출납원 송순섭(30)씨를 위협하고 현금·보증수표·당좌수표 등 모두 1백10만7천5백원을 빼앗아 달아나려던 순간 때마침 은행에 들른 대구경찰서 권인기(37)순경과 격투 끝에 주범 강삼준(41·부산)은 잡히고 공범 장경환(28·부산시 부전2동3가방)은 돈을 갖고 도망쳤다.
이날 범인들은 폐점시간을 앞두고 은행뒷문으로 들어가 45구경 권총으로 30여명의 은행원들에게 『손들지 않으면 쏜다』고 위협하고 범인 장은 「재크나이프」를 뽑아 들고 차장 이해중씨의 책상 앞을 유유히 지나 당좌예금계로 갔다. 순간 60여평 남짓한 은행 안은 무덤처럼 고요하고 행원들은 두 손을 높이든 채 사시나무처럼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장은 당좌예금 책상 위에 있던 현금1만2천5백원(l백원권)과 보수(49만5천원)당좌 수표60만원 등 모두 1백10만7천5백원을 강탈, 태연히 되돌아섰다. 이때 마침 권인기 형사가 친지인 행원 김태웅(33)씨를 만나려고 은행에 들어가다가 현장을 목격, 권 형사는 권총을 든 강의 뒷다리를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에 강이 권 형사의 배 위에 올라타 권총을 겨누었다.
강이 방아쇠를 당겼으나 다행히 총알이 없음을 눈치챈 권 형사는 용기를 얻고 권총을 빼앗고 위를 후려갈겼다. 유도 초단인 그의 솜씨는 대단했다. 이 광경을 본 공범 장이 「재크나이프」로 권 형사의 얼굴을 찌르는 찰나 몸을 살짝 피했으나 목 등에 약간의 상처를 입었을 뿐이었다. 이것은 단 2분 사이에 벌어진 격투였다. 이때 행원인 정주옥(22)양이 재빨리 비상 「벨」을 눌렀으나 공범 장은 이미 비상구로 달아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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