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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현대차 공장유치' 발벗고 나선 미 주정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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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동차 통상압력과 관련,지난 9~14일 미 워싱턴을 방문했던 김동진(金東晉)현대차 사장 일행은 미 주 정부들이 현대차의 현지 공장의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선 모습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10여개 주정부의 주지사.연방상원의원.시장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워싱턴으로 날아와 이구동성으로 '무엇을 도와주면 공장이 우리 주로 오겠느냐'고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화.민주당 등 소속 당을 따지지 않고 올코트 프레싱을 펼치는 것을 보고 '외자유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 공장유치를 위한 경쟁=앨라배마.테네시.조지아주 등은 대부분 현대차에 대해 공장 부지(약 2백만평)의 무상제공과 고속도로부터 공장까지의 진입로 건설(2천만~3천만달러 소요), 법인.취득세 감면 등을 기본조건으로 내놓았다.

앨라배마주는 공장에 취업할 조.반장급 이상 근로자들이 한국 현대차에 와서 교육을 받는 동안 들어갈 항공료.체재비.교육비 등 훈련비용 전액도 부담하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훈련비용에 대해선 나중에 돌려 주거나 주 정부가 이미 만들어 놓은 기금에서 충당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의 바비 브라이트 시장은 12일 김동진 사장을 1시간 동안 면담한 뒤 돌아가 지역신문 기자를 만나 "공장이 들어오면 2천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고,동반 입주하는 부품업체 등 일자리가 1만개가 창출된다"며 "시 정부의 일치단결된 노력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브라이트 시장 뿐 아니라 돈 시겔만 앨라배마 주지사.제프 세션스 연방상원의원.다른 시장 등도 김사장측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주 의회 등에서 설명했다.

◇ 앨라배마주의 93년 벤츠공장 유치작전=앨라배마주가 자동차 공장 유치에 적극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주는 지난 93년 4월 독일 다임러 벤츠사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해외 생산기지를 북미대륙으로 압축하자 즉각 암호명 '로즈우드(Rosewood)'의 유치작전에 나섰다.

경쟁 상대는 미국 내의 30개 주,1백50개 지역. 조지아.테네시.네브래스카.미시시피 등 남부 6개주가 막판까지 남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앨라배마주의 대학.주 의회.지역자치단체.주민.기업 등 모두가 저마다 기업 유치를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 나섰다.

대학에선 농사를 짓던 사람들을 차 공장의 근로자로 만들기 위해 교육.훈련을 시켰고, 독일에서 파견된 주재원 자녀들이 독일에 돌아간 후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독일어 수업까지 맡아주었다.

주 정부는 새로 벤츠공장 진입로를 뚫어주고 '메르세데스 드라이브' 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앨라배마주는 모두 2억5천만달러가 들어간 이런 노력 끝에 그해 9월 공장유치를 따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도요타 자동차는 미국 공장을 지으며 주 정부로부터 교육비.인프라 건설비 등 3억5천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받은 사례가 있다"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러한 외자 유치노력을 참고로 삼을 만 하다"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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