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세사 빚놀이 2년-억대의 세금 살짝 쓴 구청의 "얌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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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서울시청에 이번에는 세무징수 공무원들이 지능적이고 교묘하게 시세 손실이 없고 공금횡령이 아니라는 떳떳한(?) 방법을 이용, 1억4천만원의 거액을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징수 공무원들의 부정은 앞서 박정희 대통령의 서울시청 순시 때 지적된 『세금의 부과 징수를 맡고 있는 세무공무원이 공무원들 가운데 가장 썩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금년도 30억원의 세입 증대를 다짐한 최익명 재무국장은 세금 징수 방법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부정사건이 밝혀진 것은 지난 1월 22일 장지을 중구 구청장이 납세 의무자가 아닌 사람의 명의로 된 개인 수표가 세입 창구에 들어온 것을 적발, 보고한데에서 비롯되었다.
서울시에서는 마침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던 때라 감사원에 보고, 감사원과 합동으로 중구청을 비롯, 각 구청의 감사에 나섰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중구청의 경우 징수원은 8천만원의 돈을 현금으로 받아 적당한 이윤을 받고 개인 수표로 바꾸어 개인 수표를 세입창구에 불입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개인 수표(연수표)인 경우 시금고에 불입되면 수표가 바뀌어지는 동안 24시간∼48시간의 여유를 가지게 되므로 이 여유를 이용, 유용한 것인데 일정한 액수를 계속 이러한 방법으로 이용하면 8천만원의 거액이 늘 이자를 늘려갈 수 있다는 결과가 된다.
시세 징수 규정에 의하면 징수된 세금은 어떠한 수표, 또는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고 규정되어있는데 징수원은 현금을 개인수표로 바꾸고 현금을 업자에게 꾸어주는 등 유용한 것이다.
또 종로구청의 경우는 거액의 세금을 수금하는 경우 손실이 되는 금액을 연수표로 바꾸는 방법과 시 금고가 하오 3시면 문을 닫는 것을 구실 삼아 시중은행에 따로 구좌를 만들어 놓고 연수표로 불입하는 방법을 써서 6천만원을 늘 돌려써 왔었다.
그리고 영등포 구청 징수과 출납계원 제경서기보 박철희씨 역시 하오 3시면 시금고가 문을 닫기 때문에 일반 시중은행에 따로 1천9백만원의 자기앞 구좌를 만들어 놓고 하오 3시 이후에 징수되는 세금은 전부 자기앞 구좌에 넣어 그 이튿날 불입하는 방법을 써 왔으므로 6천여만원의 금액인 경우 자기앞 이자는 마치 정기예금처럼 계속 남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감사에서 이와 같은 부정 사실을 적발하고 지난 2월 말 직접 관련자인 중구청 징수과 출납계원 사세 서기 원태섭, 종로구청 징수과 출납계원 사세서기 최관의, 영등포 구청 징수과 재경서기보 박철희를 각각 파면시키는 한편 3개 구청 징수과장 및 제1계장, 그리고 전제1계장 등 9명을 감독 불충분인 행정책임을 물어 의원사표 또는 대기발령을 했다.
이러한 부정사실이 감사결과 밝혀질 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종로구청장 정문현씨와 영등포구청장 심륜씨는 지난 3일자로 각각 대기발령 되고 중구청장 장지을씨는 사전에 이 부정사실을 적발, 보고한 이유로 관련 구청장이지만 대기발령에서 제외되었다.
징수 공무원들의 징수세금 유용은 지난 64년 1월 1일부터 66년 2월까지 만 2년 1개월 동안 계속되었는데 하루 평균 15만원꼴의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추산하면 총 유용액은 억대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징수 공무원들의 이러한 유용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시세입 액에도 조그마한 차이가 없으며 공금횡령도 아니라는 변명 아래 저질러지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또 이러한 유용방법은 서울시 세무공무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공공요금을 징수하는 공무원들도 저지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징수공무원 자신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밖에 수금에서 오는 손실액을 메울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서울시 재무당국은 징수 공무원들의 수금 때 손실액을 메울 수 있도록 징수 공무원들에게 징수 수장을 은행불입액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지출할 방법도 구상, 이러한 부정을 막는 방법을 모색하고 잇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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