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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기본 법안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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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2일 국회 농림위원회 주관으로 학계 등 전문가를 초빙하여 농업 기본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것은 동 기본 법안 자체에 대해서는 물론 농업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한국 농업의 성격과 나아갈 방향에 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의미에서 유익하였다. 여기에는 2년 전에 국회에 제출되었던 안동준 의원의 안과 합쳐서 세가지 안이논의 대상에 올랐다. 그 내용인즉 대동소이하므로 주로 안 의원 안을 중심으로 하여 생각하여 보기로 한다.
동안은 우리 농업의 문제점을 식량의 부족과 농민의 소득 및 생활 수준의 부진에서 찾았고, 이것은 사회적으로는 중산층을 형성하던 중농층의 와해로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우리 농업이 이와 같이 된 것은 경영 규모의 과소한 영세화에 그 이유를 찾았고 따라서 동 법안의 목표를 식량의 자급도를 높이고 농민의 생활과 지위를 향상하는데 두었다.
이 문제와 모순의 해결책으로서 농업 생산, 농산물의 가격과 유통, 농업 구조의 개선 그리고 농업 행정 기관의 운영 및 농업 단체의 정비, 농촌의 복지와 문화의 향상 등에 관한 광범한 조항이 제기되었다.
그 어떤 조항을 들어보든지 일견 불합리한 것은 없는 듯하나 문제의 핵심인 경영 규모의 과소한 영세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줄 것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큰 실망이다.
과잉한 농업 인구에 국한된 농토를 가지고서는 약간의 개량을 해보았댔자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자본주의적 기업 형태와 협업 농업이 가령 성과를 거둔다 하더라도 배제될 잉여 노동력을 농업 내에서 흡수할 방법은 막연하다.
과거 20여년간 공업 기타 분야에서 자본주의적 기업이 성립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농업 분야에는 그 편린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농산물 가격의 불합리한 형성과 농지 소유 규모를 제약한 법적 제도로 말미암은 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농업 분야에서는 이윤이 발생할 터전이 타 분야에 비하여 월등히 불리할 뿐만 아니라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여건 하에서 이 기본법의 성립으로 농업 내에 엄존 하는 모순과 문제점이 해결될 것인지에 대하여는 극히 의심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생각할 때에는 우리 농업의 기본적인 병폐는 농업 자체내의 어떠한 입법과 혁명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비 농업 분야의 급격한 발전을 통한 고용 기회의 증대로 농업 또는 농사에 가중되고 있는 인구의 중압이 배제되지 않아서는 농업 문제 해결은 그 출발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러할진댄 이 기본 법안이 통과되어서 국가 재원의 훨씬 큰 부분이 이에 투하된다하더라도 이것은 한정된 재원의 그릇된 배분을 통해서 전체적인 고용 기회의 증대를 저해함으로써 긴 안목으로 본 농업의 근본적인 재편성과 모순의 제거를 그만큼 늦게 할 가능성만 커진다고 하겠다.
빈곤의 저변에서 허덕이는 농민의 참상은 누구나가 동정하여야 마땅하고 식량의 해결도 기하여야 할 것이지만 조급히 이 법안을 통과시켜 장식적인 법체계를 비대시키는데 불과한 결과를 초래시키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듯하다.
이보다는 정부 재정의 요구에 의한 부당한 농산물 가격에 대한 압력을 제거하고, 농지 소유에 대한 법적 제약을 재고한다든지 비능률적인 협동조합과 각종 단체의 더 능률적인 운영을 기하는 것이 더욱 시급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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