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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정신의 재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구권자금 제1차 연도 사용계획 동의안은 지난 6일 새벽 국회본회의에서 야당의원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공화당의원들만 남아서 정부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는 이 안을 기어이 통과시키려는 공화당 측과 이 안의 통과를 저지하려는 민중당 측이 치열하게 맞서, 소란한 난투극마저 벌이면서 진행되었는데, 양측 사이에 아무런 합의점을 발견치 못하고 야당측의 지연전술은 다수당의 수의 위력 앞에 패배를 당하고 만 것이다.
그 성질상 초당파적인 심의결정을 요하는 청구권사용계획안이 이처럼 여 측에 의해 단독통과가 강행되었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민중당 측은 이 사건에 자극을 받아 앞으로 월남증파안, 추경예산안 등 중요안건심의에 극한투쟁을 벌일 기세를 보이고있는 것 같은데 이와 같이해서 국회가 또다시 극한투쟁과 극한투쟁이 맞서는 무대가 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므로 우리는 앞으로의 국회운영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우리국회운영에 있어서 소수 의견의 봉쇄·묵살 그리고 여·야간의 극한대립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폐풍이 조성되고 이것이 거의 전통 화한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보수양당간에 정치이념상 어떤 차이점이 있거나 양당의 정책상 주장에 현저한 거리가 있어서 절충·타협점을 도저히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보는 바로는 의회정치를 토론과 설득과 타협의 과정으로 생각지 아니하고 집권당이나 반대당이 저마다의 입장에서 당리당략을 선전하고, 당리당략을 관철키 위한 결전의 무대로 국회를 생각하기 때문에 비극적인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같다.
집권당은 수의 위력을 발휘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네들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고, 또 반대당은 집권당의 주장이라면 덮어놓고 탁부하려고만 하여 양자사이의 공통점을 서로들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극한적 대립이 조성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단체성원간에 부분적 대립이 있다는 것을 애초부터 시인하고 들기 때문에 토론·설득 그리고 타협의 과정에 있어서 부분과 부분사이의 대립을 지양하고 전체가 능히 따라갈 수 있는 일반의사를 확정짓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의사를 확정짓는데 나중에는 성원간에 수의 결제를 하게되고 그중 다수의견이 단체의 의사로써 확정되는 것이지만 다수결이란 그 성질로 보아서 언제나 다수·소수 결이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국회운영의 경우 다수결이란 보통 소수파의 의사를 묵살하고 다수파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소수파는 불만을 품고 극도의 반발과 항거를 일삼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국회운영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다수결이 항상 소수파의 입장에서도 참고 따라갈 수 있는 다수·소수결이 되도록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안건을 심의·결정하는데 있어서도 다수파와 소수파사이에 타협을 지을 수 있는 공통점을 찾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이 경주되어야하고 다수파는 소수파의 권익을 어디까지나 존중해주는 인내와 관용의 미덕을 발휘해야한다.
앞으로 민중당이 월남 증파안이나 추경예산안심의에 어떤 태도를 보일는지 의문이다. 국민적인 입장에서 말한다면 이처럼 중대한 안건의 심의에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의회정치의 성격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동 당의 성실한 심의참가를 바란다. 그리고 공화당은 다수당으로서의 책임을 느껴 소수당이 이 이상 더 심한 반발을 자아내지 않도록 자중하여 반대당과 토론의 광장을 형성하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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