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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택시법 상정 땐 즉시 파업” … 연말 교통대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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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26일 오전 서울 방배동 버스회관에서 ‘택시 대중교통수단 포함 철회 촉구 긴급비상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시·도 버스 사업자 대표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들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지정하는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즉시 버스 운행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뉴시스]

기록적인 강추위 속에 ‘서민의 발’인 전국의 버스가 일제히 멈춰서는 ‘버스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26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법안(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즉시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이 ‘통과’되면 운행 중단에 나선다는 당초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버스연합회는 지난달 22일 운행중단 때는 전날 미리 경고를 하고 다음 날 새벽 첫차부터 일시 운행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안이 상정되면 당일 낮부터라도 당장 운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김순경 기획부장은 “지난달처럼 중간에 운행을 재개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버스업계의 반발에도 정치권은 27~28일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법안처리 강행의사를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6일 이준일 버스연합회장과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을 잇따라 만났다. 이준일 회장은 “이 대표가 ‘양 업계가 만나 타협을 이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택시·버스업계 대표가 국회에서 긴급회동을 했지만 시각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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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해양부는 이날 “버스업계가 운행중단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하되 강행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안 통과나 버스업계의 운행중단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토부는 24일 택시업계에 “대중교통화를 고집하지 않으면 택시산업활성화특별법(가칭)을 제정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제안했다. 특별법에는 ▶유류 다양화 ▶감차 보상 ▶부탄(LPG) 가격 안정화 ▶택시요금 인상 ▶공영차고지 지원 ▶압축천연가스(CNG) 전환비용 지원 ▶세제 지원 ▶운수종사자 복지기금 조성, 임금 및 근로시간 체계 개선 등을 담겠다고 밝혔다. 대중교통수단 지정을 제외하고 택시업계의 요구사항 대부분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대중교통법안 통과 외에는 타협점이 없다”며 거부했다.

 국토부 김용석 대중교통과장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썼다. 정치권과 업계가 합리적인 해법을 내놓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이 끝내 비합리적인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추후 재개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도로본부 실장은 “정치권이 법안 통과에 대한 택시업계의 기대수준을 잔뜩 높여놨는데 이제 와서 타협이 될 리가 없다”며 “이제라도 법안 처리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연합회 산하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조규석 연구원은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법안을 놓고 민간업체끼리 타협을 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김한별·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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