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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파병과 외교의 시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월남전쟁에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개입을 시작한 후 연차적으로 일어온 한국외교상의 시련은 작금 그 최후적인 결정이 촌 각에 달려있는 증파 문제와 관련, 더욱 어렵게 얽혀 들어갈 것임을 예상해야 할 것 같다.
외무당국이 최근에 이르러 부랴부랴 서두른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차 우리에게 과해질 시련의 예보는 벌써「파리」에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즉 불란서 정부는 지난 4일 주 불 이 대사에게 『한국군의 월남 증파는 한국의 대 중립국외교에 새로운 문제를 제기해 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사를 전달했을 뿐 아니라 그것은 『월남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악화를 초래한다』는 불란서 정부당국의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는 설이 있다. 하기는 불란서는 작년 5월 우리의 월남 파병에 환영, 주한 「유엔」군 연락장교단에서 그들의 연락장교를 소환한일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불 정부가 이 대사에게 표명했다는 부정적인 의사가 그렇게 새삼스러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불란서 측 반응은 우리가 그것을 닥쳐올 외교적 시련의 한 예보로서 받아들여야할 필요를 제기시키고 있다는 것임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지난 「유엔」총회까지 불란서는 비록 소극적이었을는지는 몰라도 우리의 입장을 계속 「유엔」무대에서 지원해 왔다. 더우기나 불란서 공동체내의 그 많은 신생 「아프리카」국가 군을 이끌고 명일하고 현저하게 우리 입장에도 전해온 일은 없었다. 그러나 월남문제해결의 태도에 있어서 확실한 이견으로 미국과 대치하고 있으며 월남문제의 궁극적 해결이 선후 서열로 보아 중공문제 해결 뒤에 온다고 고집하는 불란서이고 보면 그들이 오는 가을의 「유엔」총회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가 문제라면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6월, 우리의 외교가 월남파병 문제로 인해 아·아 회의 국가 군에서 크게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던 일을 여기 상기한다면 다원화의 물결을 타고 세계의 힘의 중심이 다기화 하는 오늘의 세계와 그 세계의 축도인 「유엔」에서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고난은 결코 넉넉지가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5·16이후 정부는 적극 외교 운운하면서 외교의 외연을 한껏 확대시키느라고 진력해온 터이었는데 월남 증 파병이라는 문제를 놓고는 다시금 행동 반경이 크게 제약 내지 축소될 수밖에 없는 동맹노선에 환귀하는 셈이 되었으니 이 외교성격의 괴리를 어떻게 메울 것이며 이것을 다시 어떻게 대외적으로 해명할 것인지가 또한 문제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외교의 고민은 바로 이렇듯 원초적인 지점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외교는 그 고민이 극대화해진 듯 한데도 불구하고 거의 무방비상태에서 그때그때 시련과 대결해 가는 인상이다. 우리의 월남파병에 대한 국제적 결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새롭게 제기되는 모든 외교적 시련에 당국이 계속 기동성과 전망을 결하고 장기적 대책 활용에 메마른 다면 그것은 놀라운 고립에의 전락을 의미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느 측면을 들추어봐도 한층 어렵게 얽혀 나갈 우리의 대외적 지위가 하루속히 외교당국의 사려 깊고 민첩한 대응으로 굳게 지켜지고 개선되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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