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약 학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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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봄 대학 문을 나오는 3만여명의 새 학사 가운데 가장 감회 깊은 졸업식을 맞은 졸업생은 정낙현 (29)군.
정군은 지난 60년8월3일 북괴 공군 대위로서 「미그」 전투기를 몰고 단신 남하, 동해안 대포 리비 행장에 착륙하기까지 온갖 신고를 겪고 귀순에 성공, 자유의 품에 안겨 온 주인공 그는 26일 하오 2시 서울대학교 약대 약학과를 졸업한 것이다.
정군은 평북 선천 사범과 공군 사관 학교 비행과를 마치고 단신 월남에 성공한 뒤 62년에 약대에 입학, 이날 영광의 졸업장과 약학사의 학위를 받게된 것이다.
약대에 입학한 뒤 1시간의 결강도 없이 열심히 공부했다는 정군은 이날의 감격을 『말로는 다할 수 없는 깊은 감회가 서린다』면서 기쁨 속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아픈 몸 (위장병)을 간신히 일으켜 영광의 졸업장을 받아든 정군은 『월남하여 지금까지 보아온 학창 생활은 북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자유스럽고 열정적인 것』이었다고 했다.
정군은 월남한 이듬해인 61년11월 서미나 (27) 여사와 결혼, 현재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서 윤희 (4), 재희 (3), 문희 (2)의 딸 3형제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면서 공군 항공 의료원에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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