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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여차장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여차장들은 고달프다 했다. 하루 거의 20여시간씩 일해야하는 근로조건, 요금을 떼어먹는다는 이유로 몸을 수색 당하는 등 인권의 침해를 받기까지 사회문제도 적잖게 일으키고 있다.
여차장의 양성소는 서울시내만도 「명랑교통학원」(중구 을지로6가)과 서대문 「로터리」에 있는 「전국여차장양성소」 「수도여차장양성소」 등 세 곳이 있다. 지망자는 거의 지방에서 올라온 농촌의 가난한 소녀들. 수업료 1천원을 물고 한달 동안의 견습기간을 마치면 차장의 완장을 두르고 처음으로 차에 올라타 본다.
처음엔 「올라잇」과 「스톱」소리가 어울리지 않아 저 혼자 얼굴을 붉혀보기도 한다 했다. 「명랑교통학원」의 경우는 매월 80명 내지 1백명의 여차장을 손쉬운 간이교육을 통해 대량 산출한다.
여차장들은 근무가 너무 고되다 했다. 보통 이틀근무에 하루 휴일. 그러나 근무 때는 새벽4시께부터 일어나 차를 정비, 통금이 시작되는 자정이 넘을 때까지 차에 매달려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서울역과 삼양동간의 합승여차장 A양(17)은 『아침나절은 손님에게 친절하려니 했다가도 밤10시가 넘으면 거의 기진맥진, 자연히 까다로운 손님을 만날 때는 승강이도 벌이게 마련』이라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이들의 월급은 고작 1천원에서 1천4백원. 그나마 매일 일당식비 60원씩을 뗀다. 때문에 더러는 여차장들이 수입금의 일부에 손을 대다가 들키는 현상도 드러났다.
심한 경우는 「요금채기」의 「서클」. 일부 깜찍한 아가씨들은 「보이·프렌드」와 결탁, 7, 8명을 한 조로 하는 이른바 「수금원제도」를 만들어 손님들로부터 받은 요금의 일부를 빼돌린다. 수법은 승객을 가장하고 승차한 패거리에게 적당한 장소에서 잔돈을 거슬러 주는 양 넘겨준다는 것. 수금원의 일당은 80원-.
말썽은 이 때문에 더욱 심했다. 차주들은 그들대로 눈에 불을 켜며 여차장을 감시하기에 극성을 떨었고 각 차마다 암행반을 태워 비행을 뒤쫓아 보는가 하면 종착점에서 여차장의 몸을 수색하는 등 거의 인권에 어긋나는 횡포마저 저지르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지난 8일 D교통소속의 차장아가씨 1백여명은 지나친 차주 측의 몸수색에 항의, 태업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D교통 소속의 김모양은 『몸수색을 당할 땐 억울하다 못해 눈물이 난다』고 눈물이 글썽해졌다.
그뿐만 아니다. 전남출신의 2년박이 여차장 이모양은 작년 여름 어느 날밤, 일을 마치고 유원지를 산보하자고 조르는 운전사 김모씨에게 꾀어 넘어갔다. 그 뒤 이양의 임신을 알아챈 회사측은 그녀를 해고시켰다. 그녀는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했다. 오갈데 없는 그가 어디에 갔을는지는 그와 가까왔던 벗들도 소식을 모른다 했다. 여차장들에겐 뭇 운전사아저씨며 차주들의 유혹이 심하다는 얘기-.
봉원동 「코스」의 햇병아리 차장이었던 정모(18)양은 갑자기 차장자리를 그만두고 고향인 충남C시에 내려간다는 편지가 그의 친구인 S양에게 날아들었다.
사연은 차주이자 운전사인 안모씨가 어린 자기를 탐내고 있어 무서워 못 견디겠다는 것-. C서 보안계 K순경은 여차장들의 숙박시설이 나쁜 점도 풍기문란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특히 원거리「버스」의 경우엔 종착점에서 운전사와 여차장이 동숙하는 예도 있다는 것.
서울시내의 합승「버스」 종착지에 있는 여차장들의 합숙소 시설은 형편없는 것이었다. 비교적 시설이 잘돼있다는 D교통의 합숙소도 악취와 먼지투성이-. 군용 이불누더기로 올 겨울을 새우 잠자듯 지냈다는 말이다.
이런 휴식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면 어깨와 허리가 시리기도 한다고 했다.
남차장제를 채용했다가 5·16후인 61년8월1일 다시 여차장제로 전면 교체한 운수당국은 업자들의 건의에 따라 ①운전사 양성책 ②여차장들의 풍기문란 등의 점을 들어 또 남차장제로 환원하라는 말도 나도는 가운데 쥐꼬리만한 월급에 온갖 유혹 혹사 학대 속에 여차장들의 나날은 끝나는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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