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일 최고 독도 전문가 … 나이토 세이추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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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펴낸 『다케시마=독도 문제 입문』이라는 책자를 펼쳐보이고 있는 나이토 세이추 명예교수. [연합뉴스]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허구라고 비판해온 나이토 세이추(內藤正中) 일본 시마네현립대학 명예교수가 타계했다. 83세. 아사히(朝日)신문은 “나이토 교수가 지난 16일 타계했다”며 “장례는 가족 친지들 중심으로 18일 치러졌다”고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나이토 교수에 대해 “자유민권운동과 시마네현의 근현대사 등을 폭넓게 연구한 학자로, 시마네대 부속 도서관장과 법문학부장을 역임했다. 독도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발언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내 최고의 독도 전문가였던 그는 1990년대 중반 돗토리단기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울릉도와 독도는 돗토리 땅이 아니다”라는 돗토리현의 사료를 발굴했다. 이는 1695년 도쿠가와 막부의 질의에 대해 돗토리 번(藩)이 답변한 자료로, 도쿠가와 막부는 이 답변을 토대로 1696년 ‘울릉도 도해(渡海)금지령’을 내렸다. 나이토는 관련자료 발굴 이후 약 20년간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가 아니다’는 주장을 해왔다.

 지난 9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자 “노다 총리의 주장은 이상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2008년 일본 외무성이 ‘다케시마 10문 10답’이라는 팸플릿을 제작 배포했을 때는, 이를 비판하는 『다케시마=독도 문제 입문』이라는 소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나이토 교수는 소책자를 만든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일본인은 독도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관련 책을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결국 (정부가 정한 자료집을)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참고하게 될 텐데 (이는 잘못된 것)”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외무성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일본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전 세계에 이를 배포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했다는 일본의 영유권 주장 근거에 대해서는 “막부도 메이지 정부도 다케시마에 대해서는 영유를 주장한 바 없다. 특히 영토를 편입한 각의 결정에는 무주지(無住址)라고 돼 있는데 무주지라고 말한 이상 고유 영토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나이토 교수는 9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인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돗토리번의 문서를 본 이상 양심을 속일 수는 없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국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얘기하려면 일본이 1905년 독도를 편입하기 전인 1900년에 대한제국이 내린 칙령 41호 속의 석도(石島)가 독도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당분간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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