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기견들의 특급호텔 ‘반려동물분양센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장희영(19세, 반포동)씨는 최근 유기견을 무료입양하기 위해 과천 서울대공원의 반려동물분양센터를 세 번 방문했다. 집에서 이미 한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기에 유기견과 같이 잘 생활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한다는 센터의 방침 때문이었다. 이 센터의 마승애 수의사는 “예쁘다고 유기동물에 대한 책임감 없이 무작정 입양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며, “평생을 함께 할 반려동물로서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센터의 기대대로 장희영 씨는 “예전에는 부모님과 거의 대화를 안했는데 요즘은 거실에서 같이 강아지를 보며 즐거워한다. 가족관계가 화목해 지는데 강아지가 일조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서울시가 지난 10월 15일 개관한 서울대공원 반려동물분양센터는 전국적으로 9만 6천 여 마리에 달하는 유기동물의 수를 줄이고 인간과 반려동물의 동반자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유기견이 주인에게 다시 돌아가는 비율은 8%에 불과하다. 입양을 위해 센터는 기존 시설과는 다른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한다. 유기견들은 10일의 공고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할 수 있는데, 센터에 오기까지는 일단 3주간의 검역기간을 거쳐야 한다. 유기견들의 관리도 사뭇 다르다. 센터의 유기견들은 기본적인 필수접종은 물론 장염, 독감, 광견병접종까지 한다. 또한 배변훈련, 예절교육 등의 기본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털을 빗고 자르는 미용으로 꽃단장을 한 모습으로 새주인을 기다린다. 이 센터의 신영창 미용사는 “강아지들이 쓰는 밥그릇과 미용도구들은 모두 자외선 살균기로 소독해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전염되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이곳의 유기견들을 찾는 예비주인들도 줄을 잇고 있다. 센터가 개관한 지 약 한 달 보름여가 지난 후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6마리의 강아지들이 남아 있었지만 차례를 기다리는 예비주인들은 5배에 달하는 30명이 넘어 있었다. 이 센터의 마승애 수의사는 “다른 시설과 달리 이곳은 인터넷 접수를 받지 않는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은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고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유기견을 깐깐하게 입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글,영상=봉필성PD]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