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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뜨거운 차에 데인 값, 80만 달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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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기업들도 블랙 컨슈머 때문에 골치를 앓긴 마찬가지다. 기업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종종 생긴다. 지난해 안젤리카 켈러라는 소비자는 비행기에서 테이블이 없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가 뜨거운 차가 엎어져 2도 화상을 입었다며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상대로 80만 달러(약 8억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해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09년엔 탄산음료 ‘마운틴 듀’를 먹다가 쥐가 나왔다며 소비자가 펩시에 5만 달러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도 있다. 펩시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미지 손상을 걱정해 법정 밖에서 소비자와 합의했다.

 배상 요구액이 큰 만큼 미국 기업들은 석연찮은 이유로 기업에 금품 등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대응하는 원칙이 정해져 있다. 식품 이물질의 경우는 같은 제품으로 교환해주거나 환불 처리를 하는 게 원칙이고, 따로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글로벌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배상금을 주는 경우에도 일단 소송이 시작된 뒤 엄격히 책임을 따져 합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식품회사 관계자는 “블랙 컨슈머 리스트를 만들어 업계끼리 공유하고, 소비자에게 배상해 줄 부분은 미리 들어놓은 배상책임 보험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내년 강화되는 제조물책임법 등이 블랙 컨슈머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심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내년 ‘소비자 정책 시행계획’을 발표하며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에서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줄이기로 했다. 기업에 직접 보상을 요구하기보다 법정에서 해결하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기업체의 관계자는 “블랙 컨슈머들은 합리적인 중재를 거치면 손해를 보리란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이들이 ‘법정 해결’을 택하리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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